
팬데믹 와중에 덩치를 불리던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이 최근 경영 전략을 180도 수정했다. 급속한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를 맞닥뜨리며 M&A(인수·합병)를 포함한 구조개편, 대규모 인력감축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콘텐츠' 열풍에 환호하던 국내 미디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선제적 '비상경영'에 돌입한 CJ ENM (77,500원 ▲200 +0.26%)을 비롯해 주요 콘텐츠 기업들도 일제히 체질개선에 나섰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위 넷플릭스는 작년 6월 직원 3300명을 해고한 뒤 "매출 성장은 정체됐지만, 비용은 증가함에 따라 구조조정을 결정했다"고 했고, 데이비드 재슬러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CEO도 작년 11월 비용 절감 목표를 5억달러 올려잡고선 "장기 성장을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쿠(Roku)와 AMC네트웍스 역시 각각 인력 7%와 20% 감원 목표를 공개했다.

여기에 애플(애플TV+)과 아마존(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체급'이 다른 빅테크마저 뛰어들었다. 애플의 시총(2조3700억달러)은 미디어 1위 디즈니(1869억달러)의 12.6배다. '실탄' 측면에선 비할 바가 못 된다. 컨설팅 전문기업 PWC는 "소비자들에겐 다양한 콘텐츠·서비스를 합리적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황금기'지만, 콘텐츠 기업엔 치열한 경쟁과 지속적인 혼돈이 일상화된 시기"라고 분석했다.
K-콘텐츠 기업도 '보릿고개'…CJ ENM "비상경영, 지속가능 구조 목표"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은 높아졌지만, 국내 미디어 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화진흥위 집계에 따르면, 작년 영화관 관객 수는 1억1280만명으로 2019년 대비 49.8%로 반토막 났다. '오징어 게임' '우영우' '더 글로리' 등 글로벌 히트작이 쏟아졌지만, 최대 수혜자는 일부 제작비를 보장받는 국내 제작사가 아니라 글로벌 OTT 넷플릭스였다.
더욱이 콘텐츠 제작비는 급상승하는데 광고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친다. 드라마 편당 제작비는 2016년 대비 평균 2배 이상 비싸졌고, 최근에는 회당 20억원 이상 제작비를 투입하는 '텐트폴' 작품도 여럿이다. 하지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2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0.26%였던 국내 방송광고 매출은 2021년 0.15%로 급감했다.

하지만 티빙 유료가입자 500만명, 음악사업 해외매출 50% 달성 등 도전적 목표는 유효하다.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겠다는 의지다. CJ ENM 관계자는 "비상경영은 단순히 회의비·운영비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며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투자,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 형성으로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글로벌 IP(지식재산) 파워하우스'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간 M&A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콘텐츠 다양성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던 OTT 왓챠는 자금난 끝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장기간 투자 유치 기회가 무산되며 '몸값'이 떨어진 만큼 오히려 '주인 찾기'는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2월 1일에는 CJ ENM의 티빙과 KT (30,200원 ▼200 -0.66%)의 '시즌'이 통합하며 '토종 1위 OTT'로 올라섰다. 웨이브도 해외 진출을 두드리는 등 '미디어 빙하기'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