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만이 아냐…"코인=증권"이라는 美SEC, 이번엔 바이낸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2.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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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USD 발행사 '팍소스' 기소 준비"…
CNBC "177조원 스테이블코인 시장 위기"

/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


가상자산(암호화폐)업체를 향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칼날이 시장을 흔든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SEC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인 팍소스를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1379억 달러(약 177조8260억원)에 달하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금융서비스국은 '바이낸스USD'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지적하며 코인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 당시 SEC는 직접적인 규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바이낸스USD를 증권으로 간주하면서, 팍소스에 해당 코인을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 팍소스에 대한 규제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팍소스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계약을 통해 바이낸스USD뿐 아니라 테더(USDT), USD코인(USDC)도 발행하고 있다. 세계 3대 스테이블 코인이 모두 팍소스에서 발행되는 것으로, 팍소스에 대한 SEC의 규제가 본격화되면 이들 코인은 물론 다른 스테이블 코인까지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CNBC에 따르면 테더와 USD코인의 시장가치는 1100억 달러(142조4830억원)로, 전체 시장가치의 79% 이상을 차지한다.



CNBC는 "SEC는 아직 팍소스에 공식적으로 (규제) 조치를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SEC가 (팍소스 규제를 위한) 정식 절차를 밟는다면 테더 등을 비롯해 모든 스테이블 코인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암호화폐 업계가 팍소스를 향한 당국의 행보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 증권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블룸버그 미국 연방 증권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블룸버그
이번 사태는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암호화폐인 루나의 폭락과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이후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는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미 규제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암호화폐를 '상품'이 아닌 '증권'으로 보고, 이를 SEC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를 연방 증권법 등록 사항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하려 하고 있다. 앞서 SEC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연방법원에 고소한 이유 중 하나도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SEC는 암호화폐의 증권 등록 여부를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판단한다. 하위 테스트는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증권법 적용 여부 기준으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SEC는 △돈이 투자되고 △그 돈이 기업으로 유입되고 △투자에 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그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할 경우 증권으로 간주한다.

미국 로펌 BCLP의 파트너 변호사인 레나토 마리오티는 SEC가 '바이낸스USD 미등록'을 이유로 팍소스를 기소하면, 이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는 의미라며 "다른 코인 발행업체들도 SEC와 법정 싸움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영국 서식스대의 캐롤 알렉산더 재무학 교수는 "팍소스의 위반을 주장하는 SEC의 정확한 근거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전체로 확산한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미국 규제당국의 조치는 스테이블 코인보다는 바이낸스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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