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자사주 소각'…주총 앞둔 제약·바이오, 주주환원책 속속 발표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2.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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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확산…기업, 예측가능 주주환원책 수립해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속속 배당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 혹은 소각 계획을 밝힌 기업도 나오는 중이다.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들로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취지다. 특히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에스엠 등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에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수립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배당·자사주 소각'…주총 앞둔 제약·바이오, 주주환원책 속속 발표


주총 전 결산배당 계획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날까지 4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결산배당 확정 공시를 냈다. 통상 배당금은 '주주명부 폐쇄(12월)→이사회 결의→주주총회 승인' 과정을 거쳐 주주들에 지급된다. 즉 이사회에서 결정된 배당금 규모가 내달 주총에서 통과되면 작년 말 기준 주주였던 이들에 지급되는 것이다. 지급일은 주총 결의일로부터 1개월이다.

진단키트 업체 엑세스바이오 (7,400원 ▼20 -0.27%)는 이번에 299억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확정했다. 시가배당율은 6.1%에 달한다. 엑세스바이오 창사 이래 첫 배당이다. 2002년 설립돼 2013년 코스닥 상장한 엑세스바이오는 상장 초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주주배당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순손실로 배당이 불가했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흑자 전환한 2020회계연도, 2021회계연도에도 배당은 없었다. 하지만 작년 호실적이 지속되자 통 큰 배당을 결정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작년 1~3분기 순이익이 36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0% 증가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11,830원 ▼260 -2.15%)는 결산배당 규모를 297억원으로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0.9%다. 지난해 8월 중간배당 708억원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 총액은 1005억원으로 늘어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02년 첫 배당에 나선 뒤 1년 만에 배당을 2.5배로 증액했다. 2020년 배당금 총액은 499억원, 2021년은 1280억원이었다. 작년 순이익이 9926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줄어든 탓에 배당금 규모가 감소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배당금 총액은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이외 종근당 116억원(시가배당률 1.1%), 삼진제약 106억원(3%), 휴온스 71억원(1.93%) 등의 결산배당을 확정했다. 이중 휴온스는 최근 중장기 배당정책 계획도 공개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직전 사업연도 주당배당금 대비 0~30% 높은 현금배당(결산·중간)을 실시하겠단 것이다. 이는 휴온스글로벌, 휴메딕스 등 계열사들도 전한 계획이다. 휴온스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활용하기도
자사주 취득 계획을 전한 기업들도 많다.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의지 및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대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 유통 주식수가 감소함으로써 일시적인 주가 상승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셀트리온그룹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달 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자사주 장내 매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금액은 셀트리온 (183,800원 ▼400 -0.22%) 약 5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약 250억원 규모다. 또 취득 예정기간은 지난 2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셀트리온 253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85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 중이고 현재 주가 수준은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판단에서 진행된 결정"이라고 했다.

휴젤 (193,100원 ▼3,000 -1.53%)도 주주가치 제고 및 주식가격 안정을 위해 최근 5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8월 14일까지다.

HK이노엔 (38,000원 0.00%)은 작년 24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어 최근 242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주식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식 1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이끈다. 배당, 자사주 취득보다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최근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이어 소각을 결정했다"는 게 HK이노엔 측 설명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을 통해 기업들에 배당, 자사주 소각 등이 요구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 입장에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행동주의는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과도할 경우 기업가치 제고에 역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며 "주주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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