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본 재계 고위 관계자의 촌평이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를 두고봐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거대 야당의 역주행에 기업들은 고개를 떨군다. 국내외 경영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기업엔 한 층 어려운 여건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을 맞이한 재계는 대부분 같은 반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제 모든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상 판단과 재판 중 사건을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는 "법이 금도를 넘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총이 지난 15일 주요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거라는 응답이 100%(매우부정적 83.3%, 부정적 16.7%)였다. 기업들은 '교섭기간 및 노사분쟁이 장기화될 것'(93.3%)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조합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90%)라는 평가도 주류였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이전 정부를 거치며 가뜩이나 노동자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그런 흐름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 해외이전 가속화 전망도

세계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 국내 유턴)과 IRA(인플레이션방지법)는 기업에 더 큰 압박이다. 해외 진출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생산부품만을 사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한다. 미국 기업들과 협업이 필수적인 한국 기업들로서는 굳이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시행을 목전에 둔 노란봉투법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건 이 때문이다. 악전고투하는 기업을 두고 '횡재세'를 언급하는 등 일부 정치권의 왜곡된 시선에 기업은 더 지친다.
날로 더해지는 각종 규제와 정치권의 무리한 압박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및 TSMC 팹(반도체 생산설비)이 착공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SK하이닉스의 용인 팹 착공엔 72개월(6년)이 걸린건 유명한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지역 여론에 밀려 결국 포항으로 옮길 판이다. 배경에 정치인들이 있다는건 다 아는 비밀이다.
최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한 중견기업 CEO는 "정치인들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얘기를 나누다가 '그냥 해외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던 기억이 난다"며 "노사관계에선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한데 노란봉투법까지 만들어내 기업을 죄악시한다면 우리 회사와 같은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