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못 낼 판"…능력 안 돼 '아파텔' 샀던 2030, 역차별에 분통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3.02.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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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자가 지난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현숙막을 걸고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자가 지난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현숙막을 걸고 시위를 하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2021년에 아파텔(오피스텔+아파트)을 분양받은 직장인 30대 A씨는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간다. 분양 받을 당시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 받지 않았지만 2022년 1월부터 비주택담보대출도 DSR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대출 만기 기간이 8년으로 짧아서 같은 소득이라도 대출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가 생긴 직장인 B씨는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사는 아파텔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 시세보다 훨씬 더 낮게 내놨지만 대출에서 막히니까 매수 희망자들이 집을 볼 생각도 못한다는 게 공인중개소의 설명이다.



아파트의 대체재로 각광 받던 아파텔(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주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이다. DSR 적용으로 아파트 보다 대출 한도는 낮고 금리는 높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아파텔은 세법으로는 주택이지만 주택법상 준주택이라는 이유로 특례보금자리론 이용도 막혀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방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비주택과 주택 개념 혼재…"대출만이라도 완화해달라"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아파텔 소유주인 C씨는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1주택자로 세금을 모두 내는데 대출받을 때는 아파트에 비해 제약이 커서 입주도 매매도 쉽지 않아서다.



1400명의 아파텔 소유자가 모인 모바일 커뮤니티에는 연일 중도금과 잔금일 납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위약금을 물고 입주를 포기한 분양자도 있다.

2020년~2021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20~30대 직장인들은 아파트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을 분양받거나 매수했다. 당시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심해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는데 아파텔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해 자기자본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 인기였다.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주택법상 준주택이다. 면적이 큰 아파텔은 외관상으로는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건축법상으로는 업무시설로 분류돼 취득세는 아파트(1주택 기준·연 1~3%) 보다 높은 연 4.6%를 낸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세법은 실질 과세의 원칙으로 즉 집으로 사용하면 세금도 주택과 동일하다. 아파텔을 1주택으로 분류하고 양도세 등 모든 과세를 주택과 똑같이 부과하는 이유다.

아파텔 소유주들의 불만은 높다. 집으로 여겨 각종 세금을 내는 데 주택의 대출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이용 등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되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주택처럼 DSR 규제를 적용 받는데 만기가 최대 8년으로 짧아서 아파트보다 대출 한도는 낮고 금리는 훨씬 더 높다.

아파텔이 이처럼 주택과 비주택의 성격이 혼재된 배경에는 정부의 과실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2021년까지 집값은 뛰고 아파트를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파텔이 주택의 대체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아파텔의 주택 취급에 정부가 묵인한 면이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때로는 집이고 때로는 집이 아닌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잇단 지적이 나오자 정부도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거용 오피스텔이 부족한 일반 주택의 공급 역할을 하고,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실소요주인만큼 특례보금자리론 적용 등을 통해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실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관련 내용을) 검토하겠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적용 여부와 DSR적용 방식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출규제를 하는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 등 종합적으로 따져 만든 정책이지만 (이로 인한)실수요자의 어려움이 있는지는 확인을 한 후에 금융당국과 같이 협의해 볼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파텔에 대한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피스텔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조건에서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택으로 취급돼 양도세 비과세 등의 혜택도 받는 등 오피스텔과 주택의 이점을 둘다 누리는데 규제 완화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텔 소유주는 이중잣대에 따른 합리적인 불만을 가질 수 있는데 또 아파텔이 오피스텔이어서 받는 혜택도 분명히 있다"면서 "형평성측면에서 아파텔에 대한 규제 완화가 어려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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