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다음 달 24일 정기 주주총회에 최지현 부사장과 조규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최 부사장과 조 부사장은 창업 2세다. 최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녀이며 조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남이다. 1941년생으로 동갑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1968년 삼진제약을 공동 창업하고 50년 이상 회사를 함께 이끌었다. 제약업계 대표적인 '동업 오너'로 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진입한 만큼 2세 경영이 사실상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진제약 2세 경영도 창업주 세대와 마찬가지로 '동업 경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 창업주 관계가 두터운데다 양측 지분율 차이도 3%대로 꾸준히 유지돼서다. 2020년부터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가 시작됐지만 지금도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 측 지분율은 각각 12.85%, 9.89%로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의 자녀인 최 부사장과 조 부사장도 같은 시점에 승진했고 이번에 동시에 사내이사에 선임된다. 현재로선 2세 경영이 본격화돼도 양측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는 지난해 삼진제약 최대 주주로 올라선 하나제약에 주목한다. 2020년부터 삼진제약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하나제약 측의 지분율은 현재 13.09%다. 구체적으로 하나제약 6.71%, 조혜림씨 3.19%, 조예림씨 2.17%, 조동훈씨 1.02%다. 이들은 모두 하나제약 창업주인 조경일 명예회장의 자녀다.
최대 주주 등극 관련, 하나제약 측의 입장은 '단순투자 목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배당이 목적이었다면, 차입금까지 동원해 타 회사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발생이 하나제약 입장에선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말이 나온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집이 시작될 경우 통상 회사 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13% 이상 지분을 쥔 하나제약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양측 오너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 공교롭게 하나제약의 최대 주주 등극 시점이 삼진제약의 2세 경영 진입 시점과 맞물렸다. 결국 경영권 분쟁에 대한 베팅일 수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제약이 최대 주주라고는 하지만 삼진제약 두 창업주측 합산 지분에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35%에 육박한다"며 "결국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하나제약으로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인데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