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집값 내려 가계빚 줄었지만…여전히 '위기수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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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이용액 등 판매신용 잔액은 역대 최대 증가

금리 오르고 집값 내려 가계빚 줄었지만…여전히 '위기수준'


가파른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가계빚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높아진 이자 부담에 빚을 갚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연간 기준으로 처음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증가세가 여전하고 카드빚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향후 한국 경제에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1871조1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줄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대표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가계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7조5000억원 감소한 1749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30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7조8000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역대 최초 감소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졌고 가계대출 핵심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금융권 가계대출이 8조원 감소하는 등 완만한 속도로 가계부채 축소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4/4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4/4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빚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다. 가계신용은 분기 기준으로 증가세가 꺾였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1867조원)은 2021년 말(1862조9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0.2%) 늘었다. 지난해 가계신용 잔액은 2021년 GDP(명목·2071조6580억원)의 90.1%에 달하는 규모다. 인구 추정치(5156만명)를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3621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가계대출의 약 60% 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 증가세도 여전하다. 주담대는 지난해 4분기 4조7000억원 늘어나 1012조6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미결제된 카드이용액 등을 포함하는 판매신용 잔액은 전분기 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11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1년 전(105조8000억원)과 비교해 11조9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또한 연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 측은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이후 연말 소비 회복 등의 영향으로 신용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10월 59조6000억원 △11월 58조5000억원 △12월 60조2000억원 등 증가 추세다.

나아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등 신규 정책모기지 출시, 은행의 가계대출 태도 완화 등은 향후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뤄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치솟은 만큼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대출 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취약계층 위주의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위험이) 중산층까지 퍼지고 있어 정부로선 집값을 연착륙 시키고 가계부채가 붕괴되는 걸 막아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며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효과가 제약적인 상황인 만큼 한은도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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