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붓고 복시, 눈 속 '암'… "안구 적출? 요새 치료법 좋아져"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2.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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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⑬ 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안과 질환에서 대중의 관심은 겉으로 보이는 앞쪽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눈 뒤쪽 공간도 매우 중요하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겪은 안와골절 때문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안와'가 바로 그 공간이다. 이 부분을 둘러싼 뼈가 부러지면 안와골절이지만, 이 공간에 종양이 생기면 '안와종양'이라고 부른다.

안와종양은 많이 알려진 질환이 아니다. 흔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유병률을 집계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정보가 없기 때문에 증상이 발현해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안와가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적지만 시기능에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종양이 발생하면 비록 악성이 아니더라도 또는 그것 때문에 사람이 생명을 잃지는 않더라도 시기능과 외모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주요 증상은 안구 뒤쪽 공간에서 덩어리가 발생하면서 눈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눈꺼풀이 붓기도 한다. 종양이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간섭하면서 안구 운동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특정 방향이나 앞을 바라볼 때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종양이 시신경에 근접해 영향을 주면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안와종양은 진단이 쉬운 질환은 아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머리 관련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안와종양을 발견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고 교수는 "우연히 발견되는 안와종양은 증상 소견이 없거나, 악성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보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양이 증상을 발생시키거나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면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암이지만 사망률이 높지는 않다. 고 교수는 "악성 안와종양 중에서 비교적 흔한 것이 '림프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림프종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림프종 외 다른 암종에서는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있다. 특히 암으로 인해 시력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

두 명의 실제 환자 사례가 소개됐다. 첫 번째 환자는 흑색종을 앓았던 환자로 한쪽 눈알과 눈꺼풀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안와적출술을 받았다. 고 교수는 "수술 후 환자가 생존하더라도 본인이 사회적·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 환자는 안구 내 암종이 있었지만 본인이 치료를 원하지 않아 그냥 지내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경우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는 눈물샘에 암이 발생한 '샘낭암' 환자다. 눈이 튀어나오고, 눈꺼풀이 붓는 등 증상을 보여 검사 후 악성 종양 진단을 받았다. 종양이 이미 눈 뒤쪽 깊은 곳까지 퍼진 상황이었다. 이 환자는 이전 사례와는 다르게 안구와 눈꺼풀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았다. 고 교수는 "해당 환자는 종양만 제거하고 그 이후 보조적인 치료를 통해 시기능을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 교수는 "안와적출술은 악성 안와종양의 가장 마지막 단계 치료이다"며 "성형안과 의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안구를 보존하면서 악성종양을 잘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더 좋은 치료 방법으로 종양만을 제거하고, 보조적인 치료로 시기능과 외모를 다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법에 비해 생존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수술법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5~10년 전만 하더라도 (안구 등을) 다 제거했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안와종양은 과거 5년 생존율이 50%였다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80~90%로 끌어 올려졌다고 들었다"며 "수술 방법과 수술 후 보조 요법의 발달, 특히 대표적으로 방사선 치료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안와 질환에서는 '안와 염증성 질환'도 있다. 눈 뒤쪽 공간에 종양이 아니라 염증이 생긴다면 안와 염증성 질환이다. 세균 감염이나 갑상선 문제 등 알려진 발병 이유가 아닌, 원인 불명의 염증성 질환을 '특발성 안와 염증'이라고 부른다. 안와 염증성 질환의 증상은 복시와 눈이 튀어나오는 등 안와종양과 유사하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이 걸리기 쉽다. 고 교수는 "가장 전형적인 안와 염증성 질환 케이스가 직장인이 며칠 동안 야근하고, 회식하면 그다음 날 생기는 경우"라며 "다음날 눈꺼풀이 붓거나 눈이 튀어나와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된다"고 말했다. 안와 염증성 질환은 환자가 의사 지시에 따라 치료를 잘 수행하면 증상이 대부분 호전된다.



안과 질환에서 금연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고 교수는 흡연이 안과 질환의 대표적인 큰 위험 인자라며 환자에게 항상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흡연하면 코에 연기가 차는데 눈 뒤쪽 공간인 안와가 코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며 "흡연이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갑상선 안 질환이나 녹내장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눈 뒤쪽에 어느 병이 생겼다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막연해하고 두려운 경우가 많다"면서도 "악성 종양이든, 염증성 질환이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 방침에 따른 권고를 듣고 의사와 상담한다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프로필]고재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2009년 의사 국가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2014년에는 안과 전문의고시에도 수석 합격했다. 2017년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 학술상 - 우수 구연상 수상, 2017~2019년 미국성형안과학회(ASOPRS) 발표, 2022년에는 제1회 대한성형안과학회 신진연구자상를 받았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세의대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강사, 2018년부터 연세의대 안과학교실 임상조교수, 현재는 연세의대 안과학교실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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