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정기선의 '첫 대결' 친환경 엔진사업, MZ는 달랐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2.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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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각사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각사


'한화 김동관 대 HD현대 정기선'의 맞대결로 주목받은 STX중공업 인수전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한화가 HSD엔진 인수를 확정하며 STX중공업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의미는 가볍지 않다. 조선업계 친환경 엔진 경쟁의 서막이 열림과 동시에 출혈경쟁 지양이라는 전략을 알리는 신호탄이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출력 기관이다. 세계 1위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지난해 글로벌 점유율은 35% 이상이다. 2·3위와 격차를 둔 안정적인 1위인데, 현대중공업의 뒤를 잇는 회사가 HSD엔진과 STX중공업이다.

한화는 HSD엔진과 STX중공업을 놓고 인수를 저울질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HD현대처럼 선박 건조와 엔진 제작 역량을 동시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심 끝에 HSD엔진을 택했다. 계열사와 시너지가 기대되고 HSD엔진이 STX중공업보다 대형엔진 제작에 특화돼서다. HD현대는 STX중공업에만 집중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엔진기술을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HSD엔진 인수가 마무리되면 두 회사는 선박 수주뿐 아니라 친환경 엔진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각국의 해양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을 선박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 선박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 연구를 병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182건) 친환경 수소 선박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 엔진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친환경 돛의 일종인 '로터 세일(Rotor Sail) 실증센터'를 세계 최초로 구축할 방침이다. HD현대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선박 특허 113개를 보유해 이 분야 3위에 랭크됐다. 친환경 돛과 바나듐이온배터리 기반의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업계는 특히 이번 인수전의 흐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양쪽에 모두 이익인 합리적 결과라는 평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예비 경쟁사와 처음 맞붙은 자리에서 승기를 잡는 데 매몰되지 않고 각사가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포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재계 대표 MZ세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거다.


김 부회장은 조선뿐 아니라 방산·태양광 등 한화의 미래먹거리를 정립하는 주역이다. 모든 의사결정을 효율·합리성에 기반한다고 알려진다. 정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생각해 인수전에 나선 것"이라면서 "무리한 값에 인수할 뜻은 전혀 없으며, 내부적으로 판단한 적정 가격에 응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한화의 조선시장 참전이 저가·출혈 수주 경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쟁사가 해외에서 적자 수주를 감행하면 우리도 이를 쫓을 수밖에 없어 고충이 컸다"면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저가수주 관행도 사라져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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