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이 지난해 에스엠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불공정계약 종료를 이끌어 낸 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판이 커지자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발표가 나온 지난해 10월 14일 이후 에스엠 주가는 2배가량 폭등한 상태다.
또 은행주에 대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는 얼라인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JB금융지주 (8,440원 ▼70 -0.82%)는 올해 19.26% 올랐다. 다만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의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을 요구에 맞서는 KT&G (83,500원 ▼100 -0.12%)는 같은 기간 2.95% 내렸다. 지난달 KT&G가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행동주의펀드가 언급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이들의 명분은 '주주이익 제고'지만 보유 종목 주가를 단기적으로 부양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가령, 얼라인이 은행주, 에스엠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SBS (32,050원 ▼300 -0.93%)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날 SBS 주가는 장중 한때 17.68% 폭등했다.
KCGI가 지난 10일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응한 점도 그간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행동주의펀드 등장으로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행동주의펀드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나타났으나 단기 주가를 높여 수익을 내는 약탈적인 모습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인 배당확대는 되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 연구원은 "배당 확대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줄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이러한 비판을 피해 가려면 성과 창출의 핵심으로 내걸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피투자 기업에 대한 가치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지배구조 또는 주주환원 수준이 워낙 낮은 탓에 벌써 행동주의펀드의 부작용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과거 '먹튀' 사례가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반감보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쪽에 기대를 거는 쪽이 많다"며 "행동주의펀드의 양면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로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보장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