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위 CATL의 도박 "리튬 가격 반값에, 단 조건은…"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2.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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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이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고객에게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을 반값(현재가 대비)으로 할인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자국 전기차 시장이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CATL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리튬 가격 상승분을 포기하는 것으로 배터리 시장의 가격 경쟁 격화가 예상된다.

CATL 본사/사진=블룸버그CATL 본사/사진=블룸버그


1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CATL이 올해 하반기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인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리튬 할인'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700만원)으로 산정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받게 된다. 다만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구매량의 80% 이상을 CATL에게서 공급받겠다는 약정을 맺는 조건이다.



CATL의 전략적 협력 고객사는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 니오(Nio), 리오토(Li Auto)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로서 배터리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분기 CATL 등 배터리업체는 전기차 업체들과 원재료 가격 연동 계약을 맺었으며 탄산리튬 가격 상승은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배터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 대열에 나섰다.



하지만 2021년 초 t당 약 5만 위안(약 925만원)에 머물던 탄산리튬이 지난해 4분기 t당 60만 위안(약 1억100만원)으로 10배 넘게 급등하면서 전기차 업체 역시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가격인상이 힘들어졌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전기차 가격이 약 1만 위안(약 185만원) 올랐고 지난해 연말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전기차 판매가 증가한 후유증으로 올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를 늘려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지난 1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40만8000대로 전월 대비 50% 급감했다. 1월 CATL 등 배터리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도 덩달아 쪼그라들었다.

/자료=SNE리서치/자료=SNE리서치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탄산리튬 가격도 하락했다. 철강정보 서비스플랫폼 마이스틸닷컴에 따르면 지난 17일 배터리용 탄산리튬은 t당 약 44만 위안(약 8140만원)에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CATL이 '리튬 할인' 프로그램을 내놓는 건 자체 보유 리튬광산의 이익을 일부 포기해서라도 리튬이 전기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하향 안정화시켜 시장 수요를 증가시키고 자사 배터리 공급량도 늘리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최근 2년간 CATL은 중국 국내뿐 아니라 볼리비아에서 10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 광산 개발권을 확보하는 등 리튬 자원을 확보했다. 차이신은 향후 2~3년 내 CATL이 리튬을 본격 채굴하기 시작할 것이며 "자체 생산하는 리튬 원가는 t당 20만 위안을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CATL은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BYD가 점유율 13.6%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CATL·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와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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