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와 헤어질 결심하는 MZ세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3.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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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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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MZ세대 노조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2.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MZ세대 노조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2.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최일선에서 지휘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서 40여년간 노동운동을 했던 '친 노조' 출신이다. 그는 장관 자격으로 참석하는 여러 행사에서 본인을 "한평생 노동운동을 한 사람이다"고 소개한다. 인터넷이 대중화 된 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email protected]) 주소도 자주 언급한다. '윈윈메이커'를 우리말로 옮기면 상생을 이끄는 사람이다.



이 장관이 기회가 있을때마다 자신의 이력과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한치의 양보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하는 노사 양측에 '진정성'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한국노총 시절 이정식과 고용부 장관 이정식은 달라진 게 없다"며 "나를 믿고 함께 머리를 맞대 상생하는 노동시장을 만들자"는 설득의 의미다.

이런 이 장관이 최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노조가 있다. 금호타이어, 부산관광공사, 서울교통공사, 코레일네트웍스, 한국가스공사,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LS일렉트릭 등에 소속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노조다. 각 회사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로 이뤄진 MZ세대 노조들은 오는 21일 '새로고침노동조합협의회'를 출범시킨다. 소속 조합원이 대략 6000명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7%(1800만명), 경제활동인구 대비로는 약 45%(1250만명)다.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들이 이끌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새바람이다.



MZ세대 노조들은 정치·이념적 사안을 멀리하고 노동자의 권익향상 등 노동운동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머리에 빨간 띠를 매고 노조원들의 처우개선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일부 강성 노조와 전혀 다른 노조가 되겠다는 얘기다. 앞서 이 장관은 MZ세대 노조원들을 만나 성과와 무관한 보상이 이뤄지는 연공주의, 경력만 쌓이면 승진하는 구조 등 그들이 회사 생활에서 목도한 사례를 들었다. 이 장관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서 개선해야 할 주요 과제들이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MZ세대 노조는 회계장부에 50원 단위까지 공개하고 투명하게 노조를 운영한다"며 회계자료 공개를 꺼리는 대기업 노조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1000명 이상 대형 노조(327개 대상) 회계자료 점검에서 63.3%에 달하는 207곳이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했다. 54개(16.5%) 노조는 아예 자료 일체를 내지 않았다. 이 장관은 "노조의 회계투명성이 노동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노조가 노조원들의 삶을 팽개치고 기득권만 챙긴다면 존재할 의미가 없다. 산업 현장에서 노조 간부의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 장사를 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노조의 잘못된 행태가 과거에 뿌리를 둔 관행이라며 바뀌지 않는다면 MZ세대는 그런 노조와 헤어질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MZ세대 노조들이 '노사 상생'의 길을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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