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도 한우도 산다는 토큰증권…'절호의 기회'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근희 기자, 정혜윤 기자 2023.02.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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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큰증권 시대 열린다(下)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STO) 허용 방침을 밝히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낮아 접근이 쉽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해져 투자자산이 다양화되고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한다는 차원에서 기대가 크다. 한편에선 투자상품으로 정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토큰증권 '제도권편입'에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빌딩도 한우도 산다는 토큰증권…'절호의 기회' 될 수 있을까


이르면 내년부터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 시대가 열린다. 금융당국이 ST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 행보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불명확하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관련 생태계 육성 효과가 발현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금융위, ST '제도권 편입' 정책 발표… "다양한 장외시장 기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업무계획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업무계획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ST를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해 자본시장법 규율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ST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과 특허·저작권에 기반한 디지털자산으로 조각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 △직접 ST를 등록·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ST를 제도권으로 가져와 투자자 보호 장치 등 증권 규제를 적용하고 조각투자, 비정형 증권 등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시장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금융위원회(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사진=금융위원회(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금융위는 STO를 위해 분산원장 방식의 계좌관리를 허용하되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ST 발행인이 증권사, 은행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STO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제도다. 투자계약증권, 수익증권 등 비정형 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도 신설한다. 장외거래중개업에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을 적용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중개업 요건은 추후 정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원내 TF뿐 아니라 외부전문가 TF를 통해 본격적인 증권성 판단 업무 준비에 나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업계와 간담회 및 설명회를 진행하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증권성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공할 방침이다. 증권성 판단 업무는 3월부터 시작한다.

ST 발행 총량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리한다. 예탁원은 양도가능성, 대체가능성, 법령 준수 등 ST의 증권 외형적 요건 심사도 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ST 거래를 위한 '디지털증권시장'을 시범 개설할 예정이다. 기존 증권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상장은 발행인 선택사항이다. 거래소는 디지털증권시장에 현행보다 완화한 상장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 엇갈리는 반응… 'STO 경쟁' 본격화 vs 규제 '불확실성' 여전

금융위는 ST 제도권 편입으로 다양한 소규모 장외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던 장외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다양한 증권이 그 성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다변화된 증권 거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STO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도 증권사와 협업과 관련 기술 개발 및 투자 등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예탁원은 9일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 비상장 플랫폼사, 블록체인 기업 등 22개 업체와 STO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구체적인 STO '시장의 룰'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증권 판단 기준부터 모호하다는 평가다. 증권 해당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로 나눠 예시를 내놨음에도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과 관련한 혼란이 여전하다. 금융위는 ST 발행·유통·취급 당사자에게 증권 판단과 규제 준수 책임이 있다면서도 규제 우회 시도에 대해선 적극적인 법 해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위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이번 방안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을 전제로 한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법 개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반기부터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입법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ST 외 디지털자산을 규율하기 위한 법 제정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거래소가 알아서 하라는 건데 가이드라인 자체가 불명확하다"며 "디지털자산 시장은 24시간 전 세계가 연동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ST와 관련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의 룰을 정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새 먹거리 되나…증권사 치열한 눈치작전
빌딩도 한우도 산다는 토큰증권…'절호의 기회' 될 수 있을까
STO(토큰 증권 발행) 시장이 열리자 증권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제 증권사들은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한우(韓牛) 등에 연동된 다양한 토큰 거래를 중개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미래먹거리가 등장하자 증권사들은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STO 관련 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섰다.

STO는 주식, 채권,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것을 뜻한다. 유가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형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금, 분배금, 이자 수취 등이 가능하다. 증권사들이 STO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STO가 유가증권과 비슷한 성격을 가져서다.

일부 증권사들은 STO 유통·발행이 허용되기 이전부터 대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초 STO 관련 TF(테스크포스)를 만들었다. 한국토지신탁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신탁수익증권 방식 STO솔루션 제공과 계좌관리기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플랫폼 구축을 준비해 올해 상반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인 '영웅문s'에서 STO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인 펀블과 카사코리아, 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 9곳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이달 민간 협의체를 구성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계약 종료를 목표로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STO도 결국 증권"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증권이 나오고, 조각투자사들도 규제체계에 편입되는 만큼 투자 중개 또는 투자 매매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들이 시장 주요 참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TO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나올 경우 증권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늘어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부동산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한국 부동산 공시지가 합계는 7155조원이고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1조400억원까지 성장했다"며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 공급과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STO를 통해 증권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증권사 MTS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이에 관심 있는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고, 예수금과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토큰 유통 수수료로 얻는 단기적인 수익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고객 확보 효과는 클 것"이라며 "MTS 방문이 늘어날수록 주식 매매 유도, 금융상품 판매, 마이데이터 연계 등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증권사들이 어떤 기초자산을 조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발행한 STO 상품은 해당 회사의 플랫폼에서만 거래하도록 제한할 수 있어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능력이 STO 시장에서 증권사 간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과 규제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STO 시장에 너무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ST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 상당한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며 "가격 반영 효과가 없다면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상업용 부동산 조각 플랫폼 기업들도 적은 거래량으로 신규 트래픽 유입이 둔화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STO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아직 사업성 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며 "보다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코인? 증권? 토큰증권에 가상자산시장 '혼란'
빌딩도 한우도 산다는 토큰증권…'절호의 기회' 될 수 있을까
금융당국의 토큰증권(Security Token) 가이드라인에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당국이 제시한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서다.

반면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비상장 플랫폼은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장외거래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가상자산 시장 혼란은 ing... 美 리플 소송 결과 '촉각'

비트코인비트코인
금융위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인지 여부를 개별 사안별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 거래되는 가상자산 가운데 증권 성격이 있다면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아 거래가 중단된다.

이와 관련해 당국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에 대한 예시를 들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도 규정이 모호하니까 O 아니면 X가 아니라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다로 스펙트럼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인지 토큰증권인지를 발행인이나 가상자산 거래소 스스로 자체 점검 중인데 혼란은 여전하다.

당국과 가상자산업계 모두 대규모 코인 줄상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판단이 애매한 사례도 여럿 있다. 지난해 랠리(RLY), 앰프(AMP) 등은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서 증권으로 분류했고 국내 거래소에서도 검토를 진행 중이다.

최근 SEC가 미국 대형 거래소인 크라켄의 스테이킹(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서비스에 대해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대거 벌금을 부과한 것도 거래소들에겐 부담이다.

업계는 SEC와 가상자산 '리플(XRP)'의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EC는 리플에 증권성이 있다며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이르면 다음달 중 나올 전망이다.

만약 미국 법원이 리플에 대해 증권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 리플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코인들 역시 상폐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당국도 리플 소송 결과를 보고 증권인지 코인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전까지 거래소에서도 신규코인이나 기존 거래되는 코인의 증권성 여부에 대해 면밀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비상장 거래소엔 '기회'

반면 비상장 거래소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위가 토큰증권을 유통할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금융위 샌드박스 허가를 받아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서울거래비상장,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비상장 거래소들에도 토큰증권 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울거래비상장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는 시장 선점을 위해 장외거래중개업 신청을 준비 중이고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운영하는 두나무도 여러 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향후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도 거래대상을 향후 상장주식에서 토큰증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장거래소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의 등장으로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전체 장외거래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토큰증권 상장 후 유통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의 거래량이 얼마나 받쳐줄지가 관건"이라며 "생각보다 현재 운영 중인 부동산, 미술품 조각투자 등의 거래량이 많지 않아 투자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장외시장에서 일반 투자자의 연간 투자금액 한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중요하다. 연간 투자금액이 낮게 형성되면 투자 수요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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