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수출 줄어도 EU 수출은 늘었다…"대러제재 덕분"

특히 러·우 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EU 27개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681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EU의 러시아산 금수조치로 에너지·중간재 수급불안이 커지면서 오히려 철강과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났단 설명이다.
유럽 내 공급 부족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86.6% 증가한 27억 달러를 기록했다. EU가 러시아산 철강을 수입금지하면서 철강가격이 급등했고 철강 수출액 역시 20.4% 증가한 4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제조업이 정상화되고 기계설비 투자가 늘면서 일반기계 수출도 5.2% 증가한 7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6.9% 늘어난 51억1000만 달러다.
정유·방산 수출 늘었지만 에너지 수입 70%↑…14년만에 무역적자 악몽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121.1 달러로 약 53% 상승했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를 기록, 2021년 8.7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수급 차질로 고유가가 지속되고 수출단가가 상승했다"며 "이에 맞춰 정유업계가 팬데믹 이후 가동률을 최대(79.4%)로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과 수출에 주력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방위산업도 러·우 전쟁으로 인해 수출 권역을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까지 확장하며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냈다. 지난해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173억달러로, 2021년 기록한 연간 최대 수출액 72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중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와 체결한 수출 계약만 124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는 K2전차, K9자주포와 천무(다연장로켓), FA-50 전투기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탄약과 후속 군수 지원까지 합치면 총수출계약 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상승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한국은 최대 수출 실적을 냈음에도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비용이 급등하면서 역대 최악인 47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3대 에너지원 수입은 전년보다 69.8% 증가한190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입의 26.1%를 차지하는 액수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전년 대비 39% 올랐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28% 올랐다. 석탄 가격은 16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구리와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의류·쇠고기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르며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알루미늄, 구리, 의류, 농산물 등에서 수입액이 각각 10% 이상 늘었다.

정부는 최근 '통상 10대 과제' 발표를 통해 올해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10개국 이상과 체결하고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이 예상되는 아세안,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촉진한다. 기존 주력품목 뿐만 아니라 원전·방산·해외플랜트 등 유망분야의 수출도 적극 추진한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선 동절기 한파에 대비해 천연가스 재고를 비축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절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스시장·공급안보 회의(TFG) 등에 적극 참여하며 가스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