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17일 한 전자업계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국내 전자·반도체업체에 끼친 영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전쟁 장기화로 물류 차질과 원자재 값이 오른 데 이어 현지 공장·법인까지 '올스톱' 되면서 국내 기업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내 전자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던 국내 기업들은 0% 대 점유율에 허덕이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틈새를 노려 점유율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0% 수준이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6%로 모든 기업 중 1위였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급감으로 전체 매출도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 부문의 매출이 감소했고, 재고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대를 돌파했다.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8.9% 줄었다. TV를 맡는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99.5% 급감했다.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러·우 전쟁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지 공장과 법인 가동이 멈춰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내 기업의 시장 재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한다.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액도 많지만, 러시아 내 제품 공장이 독립국가연합(CIS)등 인근 국가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철수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된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칼루가주에 TV·모니터 생산공장을, LG전자는 7000억원을 투입해 루자 공장과 현지 법인을 운영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동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였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라며 "국내 기업이 그간 투자한 비용은 물론 향후 동유럽 수출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