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위험성 알고도 팔았다"…미 SEC, 권도형 기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2.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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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 거래 등록·사기 방지 조항 위반 혐의…
권도형, 폭락사태 전 도주해 세르비아 거주 추정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EC는 이날 권 대표와 그가 운영한 테라폼랩스를 증권 거래 등록 및 사기 방지 조항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SEC는 미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 자산을 판매하고, 스테이블 코인 '테라' 등 디지털자산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린 채 투자자들을 상대로 계획적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기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SEC는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는 2018년 4월부터 2022년 5월 스테이블코인 UST로 알려진 테라USD(이하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가 붕괴할 때까지 투자자들에게 미등록 증권에 해당하는 디지털 자산을 판매해 수십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대표가 테라와 루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서도 이를 투자자들에 알리지 않은 채 테라를 수익성 코인으로 광고하고, 최대 20%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SEC의 거버 그레왈 집행부서 이사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의 조치는 소매 및 기관 투자자 모두를 황폐화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테라의 붕괴에 피고인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테라와 루나는 권 대표가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생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시세 따라 흔들리는 코인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개발된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주로 통화나 상품 자산을 담보가치로 둔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미국 달러화에 1대 1로 가격을 고정하도록 설계했고,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매 코인 루나를 팔아 테라를 사들여 가치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에 루나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그 결과 암호화폐 시가총액 세계 10위 안팎까지 상승했던 테라의 가격은 지난해 5월 1주일 만에 99.99% 폭락했다.


'휴지조각'으로 변한 테라와 루나는 바이낸스 등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이 여파로 시가총액이 52조원가량 증발하고, 피해자만 약 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SEC는 소장에 권 대표와 테라롬랩스의 사기 행각으로 최소 400억달러(약 51조7440억원) 의 시장가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적었다.

한편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 발생 직전인 지난해 4월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은 한국 검찰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권 대표에 대한 적색 수배를 발령했고,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권 대표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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