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인플레이션이 매파를 자극한다 [뉴욕마감]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2.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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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


실적이 금리를 이기고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탄탄한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고 일자리가 줄지 않는데 비해 오히려 고용할 만한 인원은 부족해서다.

16일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기존 예상치인 0.4% 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여기에 2월 11일까지 주당 실업 수당 청구가 예기치 않게 감소하면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타이트하다는 것도 증명이 됐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는 431.2포인트(1.26%) 내린 33,696.85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흘만의 하락인데 지표에 따르면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는 더디고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에선 일자리가 타이트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요구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일 오르던 지수는 다소 조정받을 충분한 명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S&P500 지수도 1.38%(57.19포인트) 빠진 4,090.41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1.78%(214.76포인트) 내린 11,855.83에 마감했다. 지수가 계속 오르다 보니 이 정도의 하락은 잠시 쉬어가자는 모드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가 생각보다 더디게 내려오는 인플레와 견조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시장의 우려대로 금리인상 폭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5%대에 다다른 기준금리를 제 아무리 연준이라고 해도 얼마나 더 올리겠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실적이 금리를 능가한다
(뉴욕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화이트칼라' 직장인에게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22.10.0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뉴욕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화이트칼라' 직장인에게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22.10.0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시가 고금리와 인플레를 거뜬히 버티는 이유에 대해서 데이타트랙 리서치 설립자 니콜라스 컬라스는 "기업들의 견고한 수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컬라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 S&P500 기업의 수익은 주당 161.5달러와 163.13달러 사이였고, 평균 주당수익은 40.59달러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나빠졌을 거라고 우려했던 평균 주당수익은 55.34달러로 이전대비 31.4%나 높은 수준이다. 기업(주식)들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도 금리가 기업들의 근본적인 수익성을 손상시키는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끈적한 인플레와의 싸움이다. 코메리카 자산운용 CIO인 존 린치는 "물가상승률을 9%에서 6%로 낮추기는 쉽지만 6%에서 3%로 낮추기는 훨씬 어렵다"며 "연준은 시장예상보다 더 길게 긴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앞으로는 성장보다는 가치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파' 제임스 불라드 "난 0.5%p 올리려 했어"
골드만삭스골드만삭스
이런 맥락에서 매파로 불리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지난 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본인은 0.25%p가 아니라 0.5%p를 올리기 원했다고 밝혔다. 불라드는 테네시 연설에서 "나는 50bp 인상을 옹호했지만 위원회는 제한적인 수준을 원했다"며 "시장의 예상을 꺾어야 올해를 디스인플레이션의 해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라드의 견해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도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판매자물가지수 결과치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고 있다며 인플레와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연준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은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 달 전에 비해 30bp 상승한 3.85%로 상승해 재정부담이 커졌고 정부의 카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코, 자율주행 및 AI 수혜주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시스템스 CEO가 19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는 미래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Cisco)社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제공) 2016.4.19/뉴스1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시스템스 CEO가 19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는 미래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Cisco)社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제공) 2016.4.19/뉴스1
시장에선 시스코 시스템즈가 예상치보다 다소 높은 실적을 보이면서 주가가 유일하게 5% 이상 오른 대형주였다. 이외에 통신사 트윌리오와 제약사 웨스트파마 서비스는 둘 다 4분기 수익이 예상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가 14%대나 상승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어제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발표했지만 올해 예상 현금흐름이 작년과 별다를 게 없을 것으로 지적되면서 오늘 하루 10%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주가 상승분(20%)의 절반을 이날 반납한 것.

실적 미스로 주가가 하락한 곳도 적잖았다. 양조회사인 보스턴 비어컴퍼니는 회사 손실이 상당하다는 소식에 14.74%나 빠졌다.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도 분기 매출이 떨어지자 16% 가깝게 하락했다. 실리콘밸리 디자인 회사인 시놉시스는 부진한 실적에 5.2% 내렸다. 여기에 테슬라가 36만여대 차량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문제로 리콜하겠다고 알려지자 이번주 처음으로 5.6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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