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기대했는데…찬물 맞은 은행株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2.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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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기대했는데…찬물 맞은 은행株


올 초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로 급등했던 은행주(株)가 다시 추락한다. 정부의 은행권 고통 분담 요구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주주환원 기대와 규제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향후 은행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보다 600원(1.19%) 하락한 4만9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한지주(-0.39%), 우리금융지주(-0.57%) 등도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조이기'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연일 국내 시중 은행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앞다퉈 은행주를 팔아 치우고 있다. 이달 들어 기관은 △KB금융 740억원 △신한지주 370억원 △하나금융지주 200억원 △우리금융지주 380억원 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은행주의 분위기는 좋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가 주가 상승의 결정적 재료가 됐다. 지난달 2일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금융지주 7곳(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지적했다.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주주서한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3배로 주요 해외 은행 평균 1.3배에 크게 못 미친다. 아울러 2021년 기준 해외 은행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64%인데 반해 국내 은행은 24%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의식한 듯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실적 발표를 진행하며 주주환원율을 높였다. KB금융은 올해도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총 주주환원율을 26%에서 33%로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주환원 기대했는데…찬물 맞은 은행株
업계에선 현재 은행주에 대한 주주환원 기대가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우려가 부담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은행의 수익 증가도 점치기 어렵다고 본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미진(NIM)이 올해 초 정점을 찍고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중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NIM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이번 분기 말이나 2분기 초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다가오는 은행들의 분기 실적 발표와 주주제안 수용 여부로 모아진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0일 JB금융지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며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JB금융지주가 주주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은행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론 은행 이사회와 주주와의 문제로 보이지만 JB금융지주의 주주제안 이벤트는 은행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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