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내려가는데…동결 '만지작', 특례보금자리론 속사정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이용안 기자 2023.02.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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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특례보금자리론](종합)

서울 아파트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서울 아파트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두 달로 늘어난다. 하루 평균 4000건에 달하는 신청건이 몰리면서 업무 과부하가 걸려서다. 앞으로 일반 주요 은행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심사할 수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최근 회의를 통해 주금공의 특례보금자리론 심사 인력 부족 대안을 마련했다. 심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심사기간을 △대출 상환용도 40일→60일 △신규고객 30일→40일로 각각 연장한다.



신청·심사 수요 분산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심사기관을 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까지 확대한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 대면채널은 SC제일은행이 유일하다. 아울러 소득증빙을 간소화해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우선적용키로 했다.

주금공은 추가 조치로 3월 적용금리 동결이 필요하다고 판단, 조만간 금융위 등에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3월 금리 동결안'은 최근 시장의 흐름에 역행한다.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어서다.



주금공도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겼다. 주금공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특례보금자리론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지난해 4%를 넘겼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 3%대로 하락해 더 낮은 금리로 MBS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일 주금공은 만기 3년, 7년 MBS를 각각 3.508%, 3.848% 금리로 발행했다. 지난해 4월 4%를 넘기고, 9월 들어 5%를 넘겼던 MBS 금리가 3%대로 낮아진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재원 마련을 위한 주금공의 조달비용도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주금공이 3월 금리를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은 그만큼 과부하 상태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30일 출시 후 지난 15일까지 17일 간 총 5만7620건, 13조1427억원치 신청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3389건에 달하는 서류를 주금공 직원 수십명이 처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례보금자리론 3월 금리가 동결된다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상품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줄게 된다. 여력이 부족해진 주금공이 특례보금자리론 수요가 줄어들기까지 바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주금공의 수요예측이 실패한 영향이다.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 심사를 위해 50명 안팎의 인력을 꾸렸다. 접수 초기부터 신청이 몰려 부산 본사에서 37명을 선발해 심사지원에 나섰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했다.

2019년 제2차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시 주금공이 인력난을 겪었던 '죽음공' 공포가 되살아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주금공에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가 일시에 몰렸다. 가뜩이나 부족한 심사인력을 쥐어짜기식으로 업무에 내몰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업권에서는 지난해 까다로운 조건 탓에 제3차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지 못한 대환 수요가 올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넘어온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운영된 제3차 안심전환대출은 완화한 기준이 집값 상한 6억원, 소득 부부합산 1억원으로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3개월이 넘는 동안 9조4787억원만 신청돼 목표 공급액의 40%도 채우지 못했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집값 기준이 9억원이고 소득 기준은 없다. 수도권에 6~9억원 사이 아파트가 많은 만큼 수도권에 아파트를 샀던 이들을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반형의 금리 수준이 4.25~4.55%로 제3차 안심전환대출(3.8~4%)보다 높았음에도 훨씬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또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60%로 적용돼 대출한도 5억원 내에서는 시중은행의 주담대보다 더 많은 규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정책상품 금리를 동결하려는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주금공 관계자는"3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현재 정해진 바 없고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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