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대비 18% 오른 나스닥…강세장 진입 vs 침체장 랠리 갈림길[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2.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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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전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저점 대비 18% 오른 나스닥…강세장 진입 vs 침체장 랠리 갈림길[오미주]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가 15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회계연도 2분기(11~1월)에 견조한 실적을 냈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시스코는 특히 회계연도 2023년이 지난 10년 가운데 최고의 성장을 달성할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스코는 이날 정규거래에서 1.6% 오른데 이어 시간외거래에서 3.2% 추가 상승했다.



올들어 기술주가 상승가도를 질주하는 가운데 시스코의 낙관론이 기술주 랠리에 추가 모멘텀을 제공할지 주목된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0.9% 오른 1만2070.59로 마감했다. 3거래일째 상승세다.



지난 2일 기록한 올들어 최고치인 1만2200.82에 비해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이날까지 15.3% 급등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저점인 1만213.29에 비해서는 18.2% 상승했다.

기술적으로 전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을 강세장으로 정의하는 만큼 나스닥시장의 강세장 진입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8월에도 전 저점 대비 20% 이상 올라 기술적으로 강세장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추락하며 전 저점을 깨고 내려갔다.


올들어 기술주 랠리는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라 긴축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해 폭락했던 테슬라의 급반등과 AI 챗봇인 챗GPT의 성공으로 기술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되며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술주 상승이 계속되자 랠리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따른 추격 매수가 가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주 랠리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스미드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스미드는 지난 14일 CNBC에 출연해 올들어 나스닥지수의 상승은 지난해와 같은 전형적인 베어마켓 랠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 두달간 공격적인 기술 지향적 주식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정은 정확히 베어마켓 랠리와 일치한다고 믿는다"며 "주식시장의 역사를 보면 2021년처럼 금융시장이 희열감에 휩싸여 있을 때 갑자기 침체장이 도래해 증시가 한동안 가파르게 하락하다가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랠리를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가 됐든 다른 공격적인 성장주가 됐든 그들은 지금 침체장 속에서 반등하는 것"이라며 "기술주들은 지금 사람들에게 침체장이 끝났다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게 바로 침체장 랠리"라며 "침체장 랠리는 마치 강세장처럼 보이지만 랠리가 끝나면 가혹한 다음 하락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JP모간은 지난해 10월 기술업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태도를 바꿨다가 최근 더욱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JP모간의 미슬라브 마테지카가 이끄는 전략팀은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우리는 기술주에 대한 공매도를 중단하라고 조언했던 지난해 10월에 국채수익률이 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기술업종이 지속적으로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기술주 주가는 여전히 사상최고치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라 지금은 위대한 출발 지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술주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수익률이 정점을 찍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 매수할 만한 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JP모간은 또 "기술주가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 실적 실망감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번 랠리의 지속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기술기업이라도 호실적에 따른 초과 수익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웰스 파고의 크리스토퍼 하비는 지난 9일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기술주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후 주가 수익률이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업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번스타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니 사코나기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기술주 붐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성장세는 완만해 기술주 수익률이 부진한 시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주가 (2000년에) 버블이 붕괴된 후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과 비슷하게 기술주의 상대 수익률이 향후 수년간 더욱 미미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술업종 중에서 투자할 종목을 골라내는 것이 향후 5년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주가 거대한 다음 랠리를 시작하려면 일련의 새로운 기술 리더들이 등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기존 빅테크주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기술기업이 등장해야 기술주 붐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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