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프리덤! 멍뭉미와 소년미의 결정체

머니투데이 박현민(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2.1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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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전'서 인간미 넘치는 톱스타 역 열연

'연애대전', 사진제공=넷플릭스'연애대전', 사진제공=넷플릭스


여성과 남성이 투닥거린다. 어쩌다가 계약 연애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결국 그러다 서로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연애대전'의 내용을 요약하면, 익숙한 스토리의 뼈대가 남는다.

여성 인권에 대해 유독 힘주어 말하는 변호사 여미란(김옥빈) 캐릭터가 요즘의 성(性) 감수성을 반영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용적으로 아주 신박한 작품이라고 할 순 없다. 까칠한 톱배우 남강호(유태오), 연예기획사 대표 도원준(김지훈), 여주인공의 하우스메이트 신나은(고원희) 등도 통상 예측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대전'은 묘한 끌림이 존재한다. 방금 1회를 재생했는데, 어느덧 10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진귀한 경험은 '연애대전'의 이런 흡인력을 반영한 결과다. 그리고 그 지분 상당수는 극중 '남강호'로 분하는 유태오가 붙들고 있다. 묘한 부분에서 엉성함이 묻어나는 이 배우의 모든 분량은, 그야말로 '연애대전'의 '킬포'(킬링 포인트) 그 자체니깐.



작품 속에서 아직은 어색한 한국어를 조신하게 내뱉는 유태오는, 가느다란 빈틈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완벽하게 매력적인 그의 얼굴과 피지컬이 비로소 그 빈틈을 만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내쉴 시공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익숙지 않았던 그의 입속 언어들이, 단어와 단어의 조합으로 생명력을 부여받고 화면 밖으로 규칙적으로 밀려나온다. 방심했던 찰나, 그가 멋들어진 속도로 영어 대사를 조금 섞는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것은 지극히 소량인데도 몹시 치명적이다. 도무지, 의지로 쉬이 벗어날 수가 없다. '연애대전'은 한국어 대사로 수놓아진 유태오의 '멍뭉미'와 '소년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난다. 적당히, 하지만 결코 싫지 않게 튀는, 유태오의 한국어는 극 중 '남강호'의 인간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것은 유태오의 인간미로 귀결된다.

'연애대전' 유태오, 사진제공=넷플릭스'연애대전' 유태오,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유태오의 진짜 매력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의지가 생성됐다면, 지난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머니게임'을 챙겨 볼 필요가 있다. '머니게임' 속 유진한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어 대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극 중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그는 해당 작품을 통해 당당하게 '섹시 빌런'으로서 발돋움했다. '머니게임'은 '연애대전' 속 유태오와 180도 다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작품이다. '인간 유태오'에 대한 갈증은 2021년 그가 연출까지 도맡았던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을 보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멀리 '로그 인 벨지움'까지 가지 않더라도,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tvN '우도주막'에 출연한 유태오 분량을 찾아보면 보다 쉽게 유태오라는 인간의 일상 매력에 스며들 수 있다. 일단 한 번 빠지고 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고 알려진, 점성과 접착력이 매우 우수한 매력이다.

유태오가 뮤지션 '빅토르 최'로 열연했던 러시아 영화 '레토'는 2018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으로, 당시 이를 통해 유태오는 역으로 한국 내 인지도가 이전보다 상향되는 효과를 누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하고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출연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올해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상황은, 이런 현상을 재차 소환할 여지가 있다. K-콘텐츠가 지금처럼 주목받아 글로벌과 경계가 옅어진 현시점, 유태오처럼 안팎의 균형과 배분이 적절한 경우는 여전히 희소하다. 이는 유태오의 국내외 인기와 인지도의 반등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시점에 대중을 마주한 작품이 '연애대전'이라는 것은 확실히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플랫폼, 킬링 타임용 로맨틱 코미디, 부담스럽지 않고 인간미 넘치는 톱스타 캐릭터, 스스로도 갈증이 컸던 한국어 대사를 마음껏 사용하고 활용해 연기를 펼친 작품. 영어 대사로 익숙했던 그의 짙고 퇴폐적인 섹시함이, 한국어 대사를 만나 전혀 다른 허술한 귀여움으로 선회하는 광경은 훌륭하다. 그토록 어려운 연기 변신을,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이 오간다. 유태오는 이 유니크한 무기를 쥐고, 작품 속을 날아다닐 일만 남았다. 유태오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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