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맞고 급락한 대웅제약, 개미는 오히려 '빚투' 늘렸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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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맞고 급락한 대웅제약, 개미는 오히려 '빚투' 늘렸다


개인 투자자가 보톡스 균주 소송 패소로 폭락한 대웅제약 (111,600원 ▼700 -0.62%)의 주식을 오히려 빚을 내 사들였다. 주가 하락을 '줍줍' 기회로 판단하고 레버리지 효과가 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대웅제약을 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밝지 않다. 소송 패소와 더불어 재판 장기화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기대와 달리 주가가 급락할 경우 빚투 투자자들이 강제청산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나온다.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대웅제약은 전날보다 400원(0.33%) 내린 12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일 소송에서 패소한 뒤 2만9800원(19.35%) 내리면서 15만원대였던 주가가 12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주가는 바닥권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대웅제약이 보톡스인 나보타 개발 과정에서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웅제약은 보톡스 제품을 폐기하고 메디톡스에 40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더해 "메디톡스에 균주를 인도하고 사무소, 연구소, 공장창고 영업소에 보관된 보톡스 완제품·반제품을 폐기하고 3개월간 관련 정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항소장과 함께 1심 판결 집행정지 신청서를 냈지만 주가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패소 소식에 대웅제약 주가가 떨어지자 빚투는 오히려 늘었다. 대웅제약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6만9943주(101억2200만원 상당)였으나 15일 14만2006주(177억4600만원 상당)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잔고율도 지난 10일 0.59%에서 15일 1.22%으로 뛰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자기 자본이 들지 않는 차입(레버리지) 투자인 만큼 주가가 올라가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이 커진다. 특히 주식이 급락해 담보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


증권사는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이용 계좌에서 평가금액이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한다. 즉 대웅제약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해 평가금액이 담보유지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빚투'에 나선 투자자의 주식도 강제로 처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 대웅제약의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이날 낸 리포트에서 다올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IBK투자증권, 교보증권, DB금융투자, 상상인증권 등 10곳의 증권사가 일제히 대웅제약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이 1심 패소 판결문을 수령하면서 강제집행정치신청 및 항소에 따라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국내 매출 및 중국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으로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4분기 나보타 성장세가 더딘 가운데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비용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소송 및 손해배상 비용이 대규모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영업하는 지역 외에 대해서는 업사이드가 제한적으로 바뀐 상황이다"고 했다.

무리한 빚투가 투자자 개인과 시장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와 금융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빚투를) 늘렸다고 본다"며 "위험 선호 투자가 반복되면 개인과 금융 부문 전반에도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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