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14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빅테크가 일부 통신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협의(consultation)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르셀로나에서의 내 연설을 기다려 달라.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사실상 유럽이 MWC를 계기로 망 이용료 법제화에 본격 착수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협의'는 정책 당국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법조문에 담기 위한 사전 절차다. 또 브르통 위원은 "협의가 약 12주간 이뤄질 것"이라며 "법안이 올해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텔레콤 이탈리아 등 유럽 대형통신사들은 수년째 빅테크가 5G(5세대 이동통신)와 광대역통신을 위한 인프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메타·아마존·넷플릭스·애플·MS·구글 등 이른바 '6대 CP'가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이들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빅테크들은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인터넷 통행세'라며 반발해 왔다.
유럽이 MWC에서 망 이용료 이슈에 불을 붙이면서 각 국에서도 법제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MWC는 개막일 첫 키노트의 주제를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 of a Fair Future)으로 정했는데, 여기서 '공정'은 유럽 ISP들이 강조해 온 빅테크의 네트워크 투자 참여를 뜻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틀째 GSMA 장관급 프로그램 세션 주제도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 실현'이다. 여기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각국 관료들이 참여하는 만큼, 망 이용료 법제화를 위한 글로벌 정책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