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필요한데 6000억원 몰려..HD현대 회사채 발행 대박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3.0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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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자료사진현대중공업 자료사진


본격 실적회복 국면에 들어간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가 회사채 시장에서도 기업가치를 뽐냈다. 단기차입금 등 상환을 위해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수요예측에 6000억원 이상이 몰렸다. 회사는 발행 규모를 1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같은 날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010억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최근 신용평가사 등급을 A등급으로 통일하며 스플릿(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해소에 성공한데 이어 시장에서도 사업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모집금액 200억원인 2년물에 3390억원, 모집금액 300억원인 3년물에 262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지만 HD현대의 수요예측 '대박'은 이 수준을 뛰어넘는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HD현대는 이 자금으로 오는 5월과 6월 만기 도래하는 사모 사채와 단기 차입금을 상환한다.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를 10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HD현대는 주력인 조선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제뉴인(건설기계 사업지주사) 등이 알토란 같은 실적을 내며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 60조원을 돌파(60조8497억원)했다. 영업이익은 226.7% 늘어난 3조387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주력인 조선산업이 턴어라운드했다는 점은 중장기 전망을 밝게 한다. 조선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4분기에도 1171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두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모두 매출 외형을 키웠다. 코로나19(COVID-19)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조선업 전반이 어둡고 긴 침체를 겪었음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어려울 때 효자노릇을 했다.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이 68% 늘어난 34조955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55.1% 늘어난 2조789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건설기계 사업지주사 현대제뉴인도 8조5036억원 매출액과 464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호실적을 낸 가운데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며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까지 3사가 모두 HD현대에 신용등급 A등급을 부여하게 됐다. 이번 수요예측을 통해 HD현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평이 나온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과 정유, 건설기계 등 주력사업의 시황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호실적이 예상된다"며 "수익성을 제고하는 영업전략과 시장을 선도하는 친환경기술 개발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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