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기에 '덜덜' 떨던 중소형 증권사, NCR은 오히려 개선됐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2.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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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위기에 '덜덜' 떨던 중소형 증권사, NCR은 오히려 개선됐다?


지난해 연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유동성 위기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휘청였다. 이들은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정부 등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NCR(순자본비율)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NCR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기준치인 10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고, 일부는 오히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NCR이 위험 수준을 측정할 만한 변별력이 없다는 얘기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의 NCR 비율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법정 필요자기자본의 70%)'으로 기준치인 100%를 밑돌 경우 금융당국이 개입한다.



2021년 말 기준 NCR 2365.9%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말 기준 2029.4%로 하락했다. 2000%가 넘었던 미래에셋증권 (7,330원 ▲80 +1.10%), NH투자증권 (11,350원 ▲360 +3.28%)도 각각 1890.6%, 1852.2%로 1800%대로 낮아졌다.

문제는 작년 말 부동산PF 직격탄을 맞았던 중소형 증권사의 NCR 지표다. 일부 하락하긴 했지만 거꾸로 상승한 곳도 있었다. 2021년 말 기준 386.3%였던 한양증권 (10,200원 ▲120 +1.19%)은 지난해 말 480.8%로 개선됐다. 부국증권 (23,000원 ▲250 +1.10%)도 759.7%에서 828.5%로, SK증권 (592원 ▲4 +0.68%)은 304.9%에서 322.5%로 개선됐다. 이외 다올투자증권 (3,130원 ▲85 +2.79%)(492.7%→446.8%), 하이투자증권(552.1%→530.7%), 케이프투자증권(222.7%→221.1%) 등은 소폭 하락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와 대형 증권사의 자금 지원을 받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또 아직 신용평가사에 부동산 PF 리스크에 취약한 증권사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표가 200~800%대로 나타낸다는 건 NCR이 증권사의 실제 재무건전성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 NCR은 2016년 새롭게 바뀌었다. 예전 NCR이 국내 영업을 규율하는 데 중점을 둬 IB(기업금융) 업무와 해외 진출 등 영업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단 지적 때문이었다. 바뀐 신 NCR로 증권사들의 NCR 평균은 높아졌다. 그 결과 증권사는 돈을 쌓아두지 않고 부동산 금융,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리스크테이킹(위험 감수)을 확대했다. 증권사의 총위험액이 꾸준히 확대되더라도 자본 확충 등으로 영업용순자본이 증가하면 NCR 수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올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의 리스크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NCR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NCR 산정시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위험값을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가령 브릿지론/본PF 사업단계, 대출/채무보증 투자형태 관련 리스크 특성을 분류해 NCR 위험값에 차등해 반영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NCR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증권사들도)현재 NCR로는 위기상황이다 아니다 그런 판단도 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져도 단계별로 상황에 따라 위험값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의 증권사 NCR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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