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카드사, 올해 1.1조원 배당…성장 '발목' 잡을수도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02.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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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카드사가 실적 악화에도 올해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지주사나 계열사로 흘러 들어갈 예정이다.



전업 카드사, 배당금 규모 늘렸다…KB국민은 배당성향 93%로 '껑충'
1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중 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 등 5개 회사는 올해 배당금 규모를 늘렸다.

KB국민카드는 올해 배당금으로 3501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1000억원 뛴 금액이다. 배당성향도 60%에서 93%로 크게 올렸다.



삼성카드는 배당성향을 지난해 45%에서 올해 43%로 약간 줄였지만 순이익이 늘며 배당금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2454억원이었던 배당금은 올해 266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현대카드는 중간 배당금을 포함해 올해 151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648억원에서 66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우리카드는 배당성향이 전년과 동일하게 20%로 결정됐으나 순이익이 약간 올라 배당금이 지난해보다 7억원 늘어난 409억원으로 책정됐다. 하나카드는 오는 4월 배당금을 결의할 예정이다. 2014년 창사 이후 첫 배당이다.

신한카드는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배당성향과 배당금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모두 줄었다. 신한카드의 배당성향은 50%에서 40%로, 배당금은 3376억원에서 2566억원으로 감소했다.


1조원 넘는 배당금, 대부분 지주·계열사로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7개 카드사의 배당금 총액은 1조1314억원으로 대부분 지주사나 계열사 호주머니로 들어갈 전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카드사는 지주사가 100% 소유한 구조로, 배당금 전액을 지주사가 받게 된다.

삼성카드도 지분 72%를 소유한 삼성생명이 배당금의 상당 부분을 받는다. 현대카드 역시 현대차·기아·현대커머셜 등 계열사 지분이 총 78%에 이른다.

순이익·연체율 등 경영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배당금을 확대하고 나서자 일각에선 '지주사 배불리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중 삼성카드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카드사별 전년대비 지난해 순이익 감소율은 △국민카드 9.6% △신한카드 5.0% △하나카드 23.4% 등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국민카드 0.10%p(포인트) △신한카드 0.24%p △하나카드 0.05%p △우리카드 0.55%p 등으로 일제히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금을 늘릴 때 대체로 주주 환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카드사는 100% 지주사 소유인 경우가 많다"며 "배당금 확대는 사실상 지주사를 위한 결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배당금 확대가 대출 축소로 이어질 수도"
배당을 확대하면 레버리지 비율이 올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가로 막을 수 있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로 당국은 8배를 넘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특히 직전 1년 동안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레버리지 비율을 7배로 규제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레버리지 비율이 6배 이상인 카드사들이 많다"며 "배당금을 자꾸 늘려서 레버리지 비율이 8배를 넘으면 당국의 규제를 받아 대출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배당성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은 6배 수준이었다"며 "회사의 자본적정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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