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3시간 동안 '정자 기절'…새로운 피임약 눈앞에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2.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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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관계 직전 먹으면 정자 활동을 멈춰주는 남성용 피임약이 머지 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 실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웨일코넬의대 연구진은 최근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정자의 움직임만 멈출 수 있게 하는 물질 'TDI-11861'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결과를 발표하고 "정자에 운동 신호를 주는 세포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쥐를 대상으로 한 시제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쥐가 짝짓기 전, 후 약물을 주입해 정자를 관찰했더니 몇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사실상 '기절' 상태가 3시간 정도 지속됐고 24시간이 지나자 약물 효과는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담당한 멜라니 발바흐 박사는 이 피임약에 대해 "사용하기 쉽고, (정자가) 원래 상태로 곧 돌아간다는 걸 확인했다"며 "남성들이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만큼 자주 복용함으로써 적절한 피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신약의 장점이다"고 자평했다. 이 약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결핍이나 여타 남성 호르몬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가 없다는 이유다. 정자 운동을 조절하는 스위치는 수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레이즈(sAC)이라 불리는 세포신호 단백질이다. 알약은 이 단백질을 억제해 정자가 난자로 이동할 수 없게 막는 방식인 셈이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남성의학과 교수인 앨런 페이시 박사는 "남성용 경구피임약 개발을 위해 수년간 많은 실험과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출시된 제품은 없다"며 "동물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같은 효능을 나타낸다면 인류가 찾던 남성 피임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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