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협력을 통해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자

머니투데이 문재도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회장 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회장 2023.02.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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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회장 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회장

문재도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회장 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회장문재도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회장 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회장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의 역할은 중요하다. 오랫동안 수소는 석유화학 제조 와 반도체 가공 공정의 원료로 이용되거나, 군사용이나 우주선 등 제한된 용도의 연료로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수소는 사용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제는 일상생활에 스며들 준비가 된 일반적 에너지원 반열에 올랐다.

세계 수소경제 전망을 보자. 세계수소협의회(The World Hydrogen Council)는 수소가 2030년 이후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 상품으로 본격적으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까지는 청정 암모니아와 같은 수소 유도체가 과도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수소 시장은 천연가스 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즈음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연간 1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수소기술이 점점 상용화됨에 따라 수소는 일정 영역을 넘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동력이 돼 가까운 미래에 화석연료를 효과적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 요소들이 있다. 수소안전을 비롯한 국민의식 향상은 물론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 수소 공급망 구축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희망적이게도,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의 다양한 노력과 행동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올해부터 글로벌 수소 경제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 된다. 글로벌 경제 선도국들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10년 내 kg당 1달러로 줄이는 강력한 정부 지원책을 시행했다. EU는 리파워EU(RePowerEU)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시장 규모를 20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잠재적 수소 수입국들도 수소 사용 확대와 함께 청정수소의 해외 수입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수소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시도가 국경에 관계 없이 수소 기술의 성능을 향상 시키는 혁신 사이클을 촉발하여 전 세계 국가에 큰 이익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탈탄소화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다.

수소 활용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GW(기가와트) 규모의 녹색수소 생산시설 건설이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고 더 많은 메가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또, 수소와 도시가스를 혼합하는 시범사업이 유럽과 호주에서 시작됐다. 기존 석탄이나 LNG 발전소에서 수소나 암모니아를 공동 연소하는 기술, 100% 수소로 가동하는 터빈의 가동 등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수소는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이동성 기기로 용도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는 이미 수소 승용차를 상용화했고, 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합류하고 있다. 특히 버스, 트럭 등 상용차에서 수소차의 미래는 밝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수개월 만에 유럽 시장에 이어 수소연료전지트럭 '엑스시언트'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출시한다. 한편, 미국의 월마트는 창고에서 수소 연료를 사용한 리프트를 도입했다. 앞으로 수소가 철도, 선박, 항공 등의 연료로 사용될 것은 분명하다. 알스톰은 이미 지난해부터 독일에서 연료전지 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 항공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주요 철강회사들은 석탄으로부터 멀어지는 친환경 철강 공정 도입을 발표했다. 또 석유화학 및 시멘트 산업에서는 수소를 연료 또는 원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저감 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에너지 집약 산업이 노력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바꾸려는 성공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수소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다양한 수소 기술의 상용화와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이제 수소 경제에 대한 비전을 넘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상용화할 수 있을까'라는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수소 제조 시설 및 사회 인프라 부족 외에도 국제적 수소 이송 및 유통에 대한 할 법적, 제도적 장애물이 많다. 현재 그레이, 블루, 핑크, 그린 등 다양한 수소 제조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수소가 국제시장에 유통되면 수소사업을 하는 기업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행 WTO 규정에 따르면 동일한 물품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며, 생산 공정에 대한 규제는 엄격히 금지돼 왔다. 그러나 다양한 수소 원자재가 유통될 경우 색깔을 구분할 수 있는 막대한 무역규제가 생겨나 수소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무역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 공정에 따라 수소를 차별화하고 규제하는 방안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사업 개발 초기 단계에 국한되어야 한다.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수소가 청정수소 범주로 빠르게 수렴돼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청정수소에 대한 인증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조화를 이뤄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투자를 촉발하고 청정수소 무역을 하루빨리 세계적인 규모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수소 활용 기술표준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수소 개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업계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런 전망들이 전적으로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수소 인증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수소차에 사용되는 용기의 압력 기준이 다르고, 주유소 안전기준조차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경제에 관한 규제와 기준을 조화시키고 설정할 수 있는 국제적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글로벌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기회를 잡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는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와 전문가 그룹의 국제기구인 IPHE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시작했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협력은 아직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수소산업연합회(GHIAA)에 전 세계 20개 회원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만 봐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세계 1위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수소경제 발전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통해 전 분야에서 수소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국가와 협력이 뒤따라야 가능할 것이다.

여러 국가 중 우리는 미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IRA를 토대로 청정수소 생산세액공제(PTC)와 청정수소생산 허브 조성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청정수소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11월 '세계 1위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수소경제 발전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통해 전 분야에서 수소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은 수소의 활용 분야에서 미국은 청정수소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각자의 장점을 이용하여 협력한다면 미래수소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양국 정부는 청정수소인증과 기술기준, 표준 등 관련 제도의 정비와 함께 미래 국제수소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주도하고, 민간 분야에서 기술과 투자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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