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총 10조원 가능…하이브, 제값 치르고 100% 인수해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김근희 기자 2023.02.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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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사진=김사무엘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사진=김사무엘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86,400원 ▲4,800 +5.88%)) 지분을 취득키로 한데 이어 하이브가 SM 인수를 추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폭풍전야다. 사태의 시작점이 된 건 지분 1%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이다. 여기에 대형 은행지주의 통 큰 '주주환원 정책'까지 이끌어내며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식시장에 행동주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1여년 만에 주식시장에 행동주의 바람을 몰고 온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SM이 발표한 3.0 전략을 모델로 추정해 보니 3년 뒤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어나고 시가총액도 최대 10조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즉 "SM 주주입장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변화를 추진하는 SM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기존 플랜과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SM은 이사회에서 이 대표를 기타비상임이사로 추천할 것으로 예상돼 이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 하이브 측과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M, 7대 은행지주 등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를 지난 13일 여의도 얼라인파트너스 본사에서 만났다.

-하이브가 SM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는 조짐인데 얼라인파트너스의 입장은 무엇인가



▶하이브의 SM 인수와 공개매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공개매수가 12만원은 너무 낮다는 판단이다. SM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하면서 회사 측에서 내놓은 3.0 전략으로 추정했을 때 3년 후에는 매출이 2배, 영업이익은 3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가총액으로는 최대 10조원까지 가능할 수 있다. 주당 12만원이면 2조7000억원 수준인데 너무 싸다는 것. 공개매수 가격을 계속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주주들에게도 이 가격에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고 더 올리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할 것.

두번째는 공개매수로 40%까지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불합리하다고 본다. 40%를 확보하고 나면 나머지 60%를 보유한 주주들은 어떻게 하냐. 하이브 입장에서는 굳이 주가를 올릴 필요도 없고 이해상충 문제도 생긴다. 하이브는 SM 외에도 다른 레이블, 다른 계열사들이 많은데 40% 지분을 갖고 있는 SM과 100% 보유한 다른 레이블을 봤을 때 어디에 더 집중하겠냐.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면 제대로 된 가격으로 100% 인수하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공개매수 딜은 100% 공개매수 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모든 주주에게 똑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그렇다면 SM 관련된 향후 계획은 어떤가.
▶여전히 플랜은 바뀐게 없다. SM경영진 측에서 SM 이사회를 통해 이번 주주총회에 기타비상임이사로 추천하겠다고 했다. 하이브 측에서도 주주제안을 통해 하이브 측 인사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게 될 것이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될 것이다. 저희는 현 SM 경영진, 임직원들과 이들이 최근 발표한 SM 3,0 플랜 등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표 대결에서 어느 쪽이 주주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

-SM을 캠페인 대상으로 정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K-POP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 SM이 가장 싸고 잠재력이 있는데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투자하게 됐다. 라이크기획 로열티 문제나 지배구조 이슈만 해결하면 회사가 더 좋아질 것이 분명히 보여서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다. 지난해 주주제안으로 감사를 임명하게 됐고 이를 통해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보자고 시작을 했다.

-7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도 공개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셨는데.

▶국내 은행이 해외 은행과 견주어도 손색없이 건전하고 수익성도 좋은데 밸류에이션이 너무 낮다. PER(주가수익비율)이 3배가 안된다. PBR(주가순자산비율)도 0.3 수준이다. 주주환원 때문이다. 해외 은행은 평균 64% 주주환원을 하는데 국내는 24%인데 50%까지 늘리자는 것. 당장 돈을 많이 내라는 게 아니라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은행지주들도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정책, 규제 등 여러 이유로 못하고 있었다. 공개적으로 요구를 하고 주주환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여론을 만들면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됐다. 은행, 주주, 정부 등 모두 '윈-윈-윈'하는 결과다.

-JB금융지주는 주주제안을 결정하셨는데.

▶JB금융지주는 좋은 회사다. 그래서 투자도 했다. 여전히 경영진을 지지하지만 회사 경영진이 성장을 보는 것과 주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본 배치는 다른 문제다. 회사 내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이부분을 주주제안을 통해 추진하는 것.

-주주 행동 대상이 되는 종목이나 업종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우선 싸야 한다. 기본 적인 전략은 장기투자 전략이다. PE(사모펀드)도 보통 5년 투자다. 장기투자로 저평가된 걸 고쳐 나가며 가치를 높이는 차원이다. 우리도 은행지주를 계속 보유하면서 캠페인을 지속 할 것이다. SM도 끝이 아니다.

국내에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이 있다. 투자 기준은 장기투자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어렵거나 복잡한 지식이 필요한 종목보다 상식적으로 검토했을 때 회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예측이 가능한 회사가 두번째 기준이다. SM이나 은행이 그런 경우다.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고 이해할 수 있다.

-PE 출신으로 자산운용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는 일은 똑같다. 좋은 회사에 최대한 싸게 투자해서 기업가치를 재고한다. 다만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상장주식이 싸다. M&A(인수합병) 시장에서 1조원에 거래되는 회사면 주식시장에서는 3000억원에 거래된다. 1조원을 투자해 인수해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미 경쟁이 많다. 그럴 바에는 저평가된 상장 주식시장에서 싸게 사서 가치를 올리자는 생각이었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낭만적인 버전으로는 얼라인파트너스 문을 닫는 게 목표다고 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어서다. 여러 가지 제도적인 문제나 이해관계 불일치 때문인데 제도적으로 선진화되고 고쳐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실 어려운 얘기고 시일이 꽤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최대한 펀드레이징을 열심히 해서 1조원 이상으로 운용자산을 키우겠다는 것. 아쉬운 게 돈이 많았다면 SM 건은 상황이 완전 달랐을 것. 은행 역시 많이 사서 갖고 있었다면 더 큰 변화를 일으켜낼 수 있었다. 올해는 자금을 더 모아 의미 있는 일을 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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