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따상'인데 '대어'는 사라졌다…양극화된 연초 IPO 시장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2.24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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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따상'인데 '대어'는 사라졌다…양극화된 연초 IPO 시장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은 있는데 대어는 없다.

신규 상장하는 중소형주는 일제히 공모가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순항한다. 그에 반해 오아시스는 물론 컬리, 케이뱅크 등 대어로 꼽히던 종목은 줄줄이 상장을 취소했다. 아직 공모주시장이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물량 부담이 적은 종목만 살아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상' 파티에 오아시스는 '상장 철회'…다음 IPO 대어급 도전자는?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기준 꿈비 (7,480원 ▼320 -4.10%)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292.2%로 올해 새내기주 가운데 가장 높다. 오브젠 (12,450원 ▼220 -1.74%)(276.1%), 미래반도체 (18,220원 ▼920 -4.81%)(200%), 스튜디오미르 (7,460원 ▼770 -9.36%)(108.2%), 이노진 (2,235원 ▼60 -2.61%)(102.7%) 등도 2배 이상 올랐다.



그 외 삼기이브이 (2,900원 ▼110 -3.65%)(75%), 샌즈랩 (13,390원 ▼740 -5.24%)(75%), 제이오 (23,150원 ▼450 -1.91%)(61.2%), 한주라이트메탈 (2,135원 ▲100 +4.91%)(40.8%), 티이엠씨 (21,300원 ▼750 -3.40%)(30.4%)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이런 연초 IPO(기업공개) 시장에 환호한다. 지난해 침체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총 5개 종목이 따상에 성공했다. 꿈비, 스튜디오미르, 오브젠, 미래반도체 등 신규 상장종목과 함께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이노진이 그랬다. 이들은 모두 공모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에 반해 IPO 대어로 꼽히던 오아시스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스닥 상장 철회 신고서를 지난 13일 제출했다. 컬리,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카운티 등에 이어 올해 5번째 상장 철회였다.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오아시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밴드 대비 30%가량 부족한 2만원대 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아시스는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 1조2000억원 기업으로 상장하겠다고 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오아시스 상장 철회로 올해 IPO 대어로 함께 분류된 LG CNS, CJ올리브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에코플랜트, 두산로보틱스 등도 상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IPO 시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선 공모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물량 부담이 높아져 그만큼 적정 밸류에이션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IPO 대어급 업체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이 덜 돼 있다"며 "아직 공모자금이 큰 기업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일구 웰컴자산운용 부사장도 "최근 상장한 업체들은 공모 규모가 작은 것은 물론 가격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며 "또 공모 규모가 크지 않으면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시장 순풍을 타기 쉽다"고 설명했다. 앞서 따상에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공모 규모가 500억원대 안쪽이었다.

최 부사장은 "시장은 냉정하다"며 "공모 사이즈가 큰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하려면 가격이 시장에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어급 기업 IPO가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박 연구원은 "금리 인상 영향도 여전하고, 시장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올해 상반기까지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하반기부터는 IPO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11번가, SSG닷컴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는 더욱 시장 상황을 주시한다. 앞서 한차례 상장을 철회한 컬리는 물론 오아시스 등 온라인 유통업이란 사업 자체만으로 조단위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e커머스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조단위 밸류에이션이 적정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오아시스와 같은 e커머스 기업의 상장은 향후 플랫폼 사업으로까지 저변을 넓힐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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