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 330원 된 이 주식…"주가조작 수사"에 바이오업계 긴장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02.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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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개발사 골드퍼시픽, 주가조작 혐의 수사 소식에 13일 주가 26.3% 급락
'신뢰회복' 지상과제에 차질 영향 우려…"고개 든 투심에 찬물 끼얹을까 걱정"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들어있는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22.7.13/뉴스1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들어있는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22.7.13/뉴스1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및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일부 기업에 대해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로 잇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가조작 조사가 진행되면서 바이오기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중 하나인 골드퍼시픽 (267원 ▼10 -3.61%)의 주가는 전일 대비 26.3% 하락한 3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보도를 통해 이 회사가 치료제 연구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자회사를 통해 천연물질을 이용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인수해 개발을 진행해 왔다. 자사 치료제 후모물질의 세포 내 감염 억제 능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품목인 '렘데시비르' 대비 50배 높은 효능을 보였다는 등 과도한 홍보로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업계는 이번 수사가 바이오기업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골드퍼시픽의 최대 주주는 미래아이앤지로 최근 진단키트 업체 휴마시스 (1,759원 ▼39 -2.17%)의 새 주인이 된 아티스트코스메틱의 모기업이다. 당장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업 다각화와 외형 확장 등을 노리던 휴마시스 입장에선 괜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연관이 없는 기업들 역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해 제약·업계 최대 과제 중 하나가 '신뢰회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발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제약·바이오 업종은 유독 두드러진 타격을 입었다. 높은 잠재력 만큼 위험부담도 큰 업종 특성과 함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성과들도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이슈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 급상승했지만, 성과를 도출한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한 코로나19 관련 성과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붐이 일었던 당시 사업 진출을 선언한 곳은 수십곳에 달했지만, 성공한 기업은 셀트리온(치료제)과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두 곳에 불과하다.

대다수 기업들이 개발을 중도 포기하거나, 임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각 사별 자신감 대비 미진했던 성과는 지난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자본시장 내 바이오 업종 고립을 부추겼다. 여기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산업 경쟁력과 신뢰도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업계가 개별 기업 이슈에 민감한게 반응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 조짐과 외국계 순매수세 유입 등 지난해와 달리 훈풍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련 사례 마다 업계 근본적 경쟁력에 제기되던 의구심이 또 한번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후 치료제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당시 2만원 수준이던 회사 주가는 7월 10만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임상을 자진 중단했다. 특히 오너일가가 주가 급등시기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해 차익을 거둬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임상 효과 부풀리기 및 주가조작 의혹을 샀다. 이에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적극적인 소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진단키트 관련 허위 정보로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PHC 대표 등 4명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관계사인 필로시스 코로나19 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는 허위정보로 주가를 띄워 200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PHC 주가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100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이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장기간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IPO를 미뤘던 기업들이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는 모처럼의 투심 회복 기회를 날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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