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스캔들', 사진제공=tvN
10회 남해이(노윤서)의 대사를 빌려 요약하자면, tvN '일타 스캔들'은 일타 수학 강사가 유부녀로 오인했던 짝사랑 상대에게 전전긍긍하는 이야기다. 섭식장애를 앓는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은 남행선(전도연)이 해주는 밥만 잘 먹는다. 식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사이로 치열에게 어느 새 사랑이 스며든다. 꿈 속이라 착각하는 와중에도 행선에게 입을 맞추기 전 "한 번만 나쁜 놈 될게"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치열의 마음은 행선을 외면할수록 깊어진다. 답이 확실한 수학처럼 늘 정답만 짚어왔던 치열의 인생이 한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그가 유부녀이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이 심장 뛰는 정답지가 아닌 곳으로 향한다.
'일타 스캔들', 사진제공=tvN
평범한 로맨스물이라면 행선이 미혼이라는 사실이 5회 정도부터 공개됐을 것이다. 하지만 '일타 스캔들'은 '스타 강사와 반찬가게 사장이 잘 될 확률'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해이의 존재와 행선의 엄마는 이 낮은 확률을 높여주는 도구다. 그래서 둘의 서사를 너르고 찬찬히 쌓은 후에야 뒤늦은 결실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존재하지만 건물주와 세입자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또 행선은 학부형이고, 치열은 싱글이다. 치열은 유명 강사고, 행선은 동네 반찬가게 사장이다. 얽히기 쉽지 않은 관계다.
'일타 스캔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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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드라마는 치열의 잃어버린 '입맛'에 파고들며,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갖는 식욕으로 둘을 엮는다. 행선에게 향했던 치열의 첫 감각은 '미각'이다. 맛에 이끌려 행선이 만든 음식에 처음 집중했다. 그러다 왜 행선의 음식만 잘 먹히는지 궁금해 이를 요리한 사람을 보게 됐다. 경찰서에 잡힌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동생에게 급하게 가느라 신은 짝짝이 신발, 딸을 위해 학원 앞에서 홀로 우두커니 외치는 울분, 그리고 과거 은인이 종종 내뱉던 "이런 낸장" 같은 낯익은 단어까지. 미각으로 시작됐던 단순한 감각이 어느 새 눈과 귀, 마음까지 일렁이게 만들며 오감으로 뻗어갔다. 단순하던 감정이 어느 순간부터 단순하지 않게됐음을 치열은 깨닫는다.
10회에서 대학 동기인 전종렬(김다흰)과 술을 마시다 "보고 싶네. 낸장"이라며 술김에 행선의 말버릇을 따라하는 제 자신에 한번 더 일렁이며 씁쓸해하던 치열의 모습은 애틋하다. 치열을 연기하는 정경호의 파리한 얼굴과 괴로움에 사로잡힌 미간, 곧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한 눈빛은 이 더딘 사랑의 간절함을 쌓는다. 불륜은 아니지만 불륜으로 생각한 명백한 잘못된 관계임을 알고도 치열의 사랑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 끊임없는 자기 회의와 자괴감으로 완성한 닿지 않는 짝사랑.
투팍보다 멘델스존의 음악을 듣는 취향이나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를 빼서 먹는 작은 취향만 같아도 우리는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이런 우연이 겹치고 그것이 운명과도 같은 인연으로 엮인다면 그 마음들은 가벼이 흩날리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외벽을 단단히 쌓은 치열과 행선의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될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된다. 모든 게 깨끗해진 상태에서, 그 투명함이 주는 설렘을. 결국 해이가 말했듯 둘의 사랑은 "스캔들이 아닌 로맨스"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