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예금도 곧 사라지겠네"…저축銀 수익성 악화에 금리 '뚝'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02.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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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한 달 새 1%p(포인트) 넘게 내렸으나 앞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금리가 하락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일 유인이 사라진 데다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해 조달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銀 정기예금 평균 금리 5.37%→4.14% '뚝'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1월1일 5.37%에서 이날 4.14%로 1.23%p 내려갔다.



같은 기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주요 상품 하락 폭도 1.30~1.80%p에 달했다.

OK저축은행의 'e-안심정기예금'은 1월1일 5.70%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기준 3.90%로 1.80%p 떨어졌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은 1월1일 기준 각각 5.45%, 5.30%였으나 4.00%로 일제히 내렸다.



SBI저축은행 '정기예금'은 5.50%에서 4.10%로, 웰컴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5.40%에서 4.00%로 1.40%p씩 나란히 하락했다.

수익성 '비상등'에…저축銀 예금금리 곤두박질
/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하와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금리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지난해 11월 당국이 금융권에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시중은행 금리가 안정되자 그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금리 인상 경쟁을 벌였던 저축은행도 금리를 높일 유인이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도 금리 인하를 이끌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외려 수익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케이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164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41.6% 급감했다. 같은 기간 페퍼저축은행도 663억원에서 452억원으로 31.8% 줄었다. 웰컴(-26.7%)·SBI(-12.2%)·한국투자저축은행(-5.6%) 역시 마이너스(-) 성장했다.

5대 저축은행이 역성장한 이유는 지난해 한해 동안 예금금리가 2%대에서 6%대로 약 3배가 뛰었으나 대출금리는 당국이 정한 상한선(20%)에 가로막혀 일정 이상으로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예금금리를 낮춰 조달비용을 줄이고 예대마진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 상반기까진 예금금리 내리막길 이어질 것"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6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부전광판에 예금금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물가가 더 크게 뛰면서 실질금리는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곤두박질쳤다. 2023.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6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부전광판에 예금금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물가가 더 크게 뛰면서 실질금리는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곤두박질쳤다. 2023.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예금금리가 내리막길을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봐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부실 사태 이후 약 8년 동안 계속 성장만 했는데 지난해 예금금리가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오면서 성장 폭이 처음으로 꺾였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성장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최대한 현상 유지를 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지난해에는 저축은행이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였다면 이제는 기준금리와 상관없이 살아남기 위해 예금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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