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금지는 집단 히스테리"… 年학비 2억원 학교의 AI활용법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3.02.1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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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젠베르크연구소', 챗GPT·달리(Dall·E) 등 학습에 적극 활용
역사교육 시각화 등에 활용, AI 관련 윤리 교육도 진행
"지식은 이제 옛것, 숙련기술과 가치·윤리 가르쳐야"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1980년대, 수학 숙제할 때 계산기 쓴 학생을 적발하는 데 수백만 달러의 돈을 쏟아부는 게 상상이나 되나요? 하버드·예일 등 대학에서 6000명 이상의 교수들이 챗GPT 탐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현상은 '검열과 금지의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 of censorship and banning)입니다."



한 해 학비만 16만2500달러(약 2억650만원)에 이르는,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학비가 비싼 학교로 꼽히는 학교가 있다. 스위스 생갈렌(St. Gallen)에 위치한 '로젠베르크 연구소'(Institut auf dem Rosenberg)라는 사립 기숙학교는 응시료만 1000달러(약 127만원)에 이르는 학교다.

기술뉴스 등을 주로 다루는 외신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젠베르크 연구소의 이사이자 이 학교의 혁신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아니타 가데만(Anita Gademann)과 로젠베르크 연구소가 챗GPT와 같은 AI(인공지능) 플랫폼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인터뷰한 기사를 냈다.



전 세계 주요 대학들이 챗GPT로 인한 표절 등을 적발해 내기 위해 신기술을 사용하는 데 대해 가데만은 "검열과 금지의 집단 히스테리"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나 예일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대학의 강사진 6000여명이 챗GPT로 만들어진 문장을 탐지하는 GPT제로 프로그램에 가입하거나 다른 대학들이 챗GPT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표절 대책을 만들어내는 데 대한 비판이다.

가데만에 따르면 로젠베르크 연구소에서는 학생들이 오픈AI가 만든 챗GPT와 달리(DALL-E, 이미지 생성용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학생들은 '중세 귀족과 농노 사이의 모순'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여성의 역할' 등의 주제를 공부할 때 에세이를 쓰거나 시각물을 직접 만드는 데에 이같은 AI 도구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은 'AI에 대한 찬성·반대' 등 주제는 물론이고 'AI가 누군가를 죽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가상의 상황에서 프로그래머나 발명가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탐구를 한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챗GPT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배운다. 한 경제학 시험에서 챗GPT의 답변은 C등급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했다. 가데만은 "만약 챗GPT에서 얻은 답으로 C등급 점수밖에 받지 못했다면 이는 당신이 잘못 질문을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학생들은 첫번째 답변에서 옳은 답을 받을 수 있도록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학생들 역시 챗GPT에 대해 "믿을 수 없을만치 조심스럽고 매우 비판적"이라고 한다. 물론 학생들이 챗GPT를 이용해 표절을 하더라도 선생들은 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학생과 교원간 비율이 2대 1이기 때문에 선생들이 각 학생들의 문체나 단점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가데만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사일로(창고) 같은 데 틀어박혀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고 뭔가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무언가를 향해 함께 협업하는 방식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데만은 "종전에는 더 많은 언어를 말할 줄 알고 더 많은 책을 읽으면 더 똑똑하다고 평가를 받았다"며 "이제 지식(Knowledge)은 완전히 구태의연한 것이 돼 버렸다. 이젠 AI(인공지능)과 관련한 숙련된 기술(Skill)을 가르쳐야 한다. 가치와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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