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히타치 하이테크는 올해 한국에 R&D(연구개발)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 히타치는 식각(에칭)공정 장비와 회로측정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성막(웨이퍼를 에칭으로부터 보호)장비를 만드는 고쿠사이 일렉트릭은 수십억엔을 들여 클린룸을 증설하는 등 한국 평택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과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이달 초엔 네덜란드 ASM이 한국에 1억달러(약 127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ASM은 ASML의 모태가 된 기업으로 반도체원자층증착(ALD)장비 세계 1위 회사다.
매출 기준 2021년 세계 반도체 장비업체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의 매출 5분의 1 이상이 한국에서 나온다. 2위인 네덜란드 ASML에서 장비를 사들인 국가 중 한국의 비중은 33%에 달한다. 장비기업들은 고객사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요구를 수용해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또 장비 공급과 사후 관리도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최근 들어 반도체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고객사와의 소통 중요도는 더욱 커졌다. 고객사의 요구를 세세히 맞출 수 없는 장비 제조사는 도태될 수 있다.
이미 AMAT와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ASML이 한국에 R&D(연구개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다른 반도체 장비사들을 불러들이는 동인이다.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면서 정보와 지식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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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가하던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에 지난달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해 말만해도 미국 장비기업들만 규제 영향을 받았지만 이번 규제로 AMAT, 램리서치, KLA, ASML, TEL 등 톱5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 모두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한국을 중국을 대체하는 거점으로 여길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사들이 한국에 모여드는 것 자체가 한국 시장의 중요도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