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떠난 반도체 장비업체, 韓 거점 삼는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3.02.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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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떠난 반도체 장비업체, 韓 거점 삼는다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 거점 확대에 나섰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영향으로 장비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철수하는 가운데, 인접국가인 한국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있다는 점도 장비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히타치 하이테크는 올해 한국에 R&D(연구개발)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 히타치는 식각(에칭)공정 장비와 회로측정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성막(웨이퍼를 에칭으로부터 보호)장비를 만드는 고쿠사이 일렉트릭은 수십억엔을 들여 클린룸을 증설하는 등 한국 평택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과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히타치와 고쿠사이 모두 글로벌 톱10 반도체 장비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요 기업이다.

이달 초엔 네덜란드 ASM이 한국에 1억달러(약 127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ASM은 ASML의 모태가 된 기업으로 반도체원자층증착(ALD)장비 세계 1위 회사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들이 한국에 있는만큼 장비 기업들이 고객을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매출 기준 2021년 세계 반도체 장비업체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의 매출 5분의 1 이상이 한국에서 나온다. 2위인 네덜란드 ASML에서 장비를 사들인 국가 중 한국의 비중은 33%에 달한다. 장비기업들은 고객사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요구를 수용해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또 장비 공급과 사후 관리도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최근 들어 반도체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고객사와의 소통 중요도는 더욱 커졌다. 고객사의 요구를 세세히 맞출 수 없는 장비 제조사는 도태될 수 있다.

이미 AMAT와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ASML이 한국에 R&D(연구개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다른 반도체 장비사들을 불러들이는 동인이다.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면서 정보와 지식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미국이 중국에 가하던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에 지난달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해 말만해도 미국 장비기업들만 규제 영향을 받았지만 이번 규제로 AMAT, 램리서치, KLA, ASML, TEL 등 톱5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 모두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한국을 중국을 대체하는 거점으로 여길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사들이 한국에 모여드는 것 자체가 한국 시장의 중요도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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