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안 끝났다" 2R 준비하는 대웅제약…나보타부터 사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이창섭 기자 2023.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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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전쟁' 안 끝났다" 2R 준비하는 대웅제약…나보타부터 사수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메디톡스 (129,200원 ▼100 -0.08%)의 '보툴리눔 톡신'(이하 톡신) 특허 분쟁과 관련한 민사소송 1심 판결에서 대웅제약이 일부 패소했다. 이제 관건은 대웅제약 톡신 제품인 나보타의 수출 향배다. 나보타 매출 대부분이 미국 수출인데다 나보타 매출에 따른 이익이 대웅제약 전체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대웅제약으로서는 1심 판결에 따른 나보타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단 대웅제약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나보타의 국내 생산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한편, 앞서 대웅제약의 해외협력사와 메디톡스가 맺은 합의에 근거해 국내 생산물량을 미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민사 1심 판결문을 수령하는 즉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나보타의 생산과 판매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13일 판결문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령 즉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면 곧바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련 판결은 지난 10일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는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에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메디톡스의 손해를 배상하는 400억원을 지급하고 톡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톡신 제제는 이른바 '보톡스'로 알려진 미용 개선 목적의 의약품이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활발하게 생산하고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K-바이오의 효자 상품 역할을 했다.

대웅제약 안팎에서는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민사 판결에 앞서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고발했던 형사소송에서는 대웅제약이 이겼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는 메디톡스의 판정승 결론을 냈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면서 미국 관련 소송은 종결된 상태였다.



민사 1심 판결 직후 대웅제약이 발빠르게 강제집행정지 신청 준비에 나선 까닭은 대웅제약의 톡신 제품 '나보타'가 회사 실적 상당부분을 지탱하는 주력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나보타 매출은 14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나보타의 이익률이 5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보타 단일 제품이 지난해 창출한 영업이익은 7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대웅제약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 규모라는게 업계 관측이다. 게다가 나보타 연간 매출의 80% 가량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에서 창출됐다. 대웅제약으로선 이번 판결이 특히 나보타 수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제집행정지로 일단 나보타 국내 생산을 담보한 다음 국내 생산물량이 이전과 다름없이 해외로 원활히 수출되도록 하기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등으로 수출된 나보타가 해외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현지 판매되는 과정 자체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는게 대웅제약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합의를 통해 대웅제약·메디톡스 양사간 한국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에볼루스의 지속적인 제조 및 상업화를 규정한 바 있다"며 "따라서 이번 민사 1심 결과와 상관없이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제조해 에볼루스에 수출할 수 있는 권리와 에볼루스가 제품을 계속 상업화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생산을 담보할 강제집행정지가 나보타 수출의 관건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강제집행정지 신청으로 나보타 수출 전선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한편, 즉시 항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민사소송 판결 관련, 2022년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항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1심의 명백한 오판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자체기술과 최고의 품질이 입증된 대한민국 대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국익 창출과 동시에 K-바이오의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 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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