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메디톡스, 더 길어질 '보톡스 전쟁'… 업계 단기 영향 없을듯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2.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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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 메디톡스에 승소 판결
대웅제약 "즉각 항소"… 6년 이어진 소송전, 더 길어질듯

대웅제약-메디톡스, 더 길어질 '보톡스 전쟁'… 업계 단기 영향 없을듯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메디톡스 (129,200원 ▼100 -0.08%)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메디톡스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제조공정을 도용했을 개연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즉각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6년간 이어졌던 양사의 소송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판매하는 대웅제약은 해외 시장 공략 등 당장의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부장판사 권오석)는 10일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에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메디톡스의 손해를 배상하는 400억원을 지급하고, 보툴리눔 톡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판단할 때 (양사 간) 균주 동일성을 부정하긴 어렵다고 봤다"며 "대웅제약이 균주를 국내 토양에서 분리·공정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 균주가 원고 균주로부터 유래했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이른바 '보톡스'로 알려진 미용 개선 목적의 의약품이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활발하게 생산하고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K-바이오의 효자 상품 역할을 했다.



메디톡스는 회사를 나간 전(前) 직원이 대웅제약에 이직해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 문서를 빼돌렸다며 2017년 50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반박해왔다.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고발했던 형사소송에서는 대웅제약이 이겼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대웅제약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는 메디톡스에 판정승 결론을 냈다. ICT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했으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면서 소송은 종결됐다.
대웅제약 전경대웅제약 전경
대웅제약은 이번 민사소송 판결에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다"고 반발했다.

대웅제약은 민사소송 판결이 "지난 2022년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결론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즉각 모든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 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이다.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하여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이 즉각 항소를 예고했고 법원 판결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 업계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ICT 소송이 합의로 종결되면서 대웅제약 나보타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시장 판매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메디톡스 전경메디톡스 전경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에 "2017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5년 4개월 만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됐다"고 환영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의혹이 있는 다른 기업과도 유사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 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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