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오르는 연체율, 중·저신용 고객 많은 지방은행·인뱅부터 긴장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3.02.1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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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토크 /사진=머니투데이핀토크 /사진=머니투데이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상승은 은행에게 양날의 검이 됐다. 이자이익이 늘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대출받은 소비자)도 늘었다. 특히 중·저신용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많이 제공한 은행들의 부실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은 전북은행, 카카오뱅크, 광주은행으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이 1.04%, 카카오뱅크 0.49%, 광주은행 0.45%다.

당장 위험한 수준의 연체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업계는 상승 폭에 주목한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의 전년 대비 상승 폭은 △전북은행 0.33%포인트(p) △카카오뱅크 0.27%p △광주은행 0.24%p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과 상승폭과 비교해도 차이가 드러난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2%로, 전년 동기 대비 0.03%p 악화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16%, 증가 폭은 0.05%p였다.
슬슬 오르는 연체율, 중·저신용 고객 많은 지방은행·인뱅부터 긴장
전북은행 등 3개 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연체율이 높고 상승폭도 큰 이유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많아서라는 분석이다. 전북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1.5금융'을 표방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전략을 펼쳐 왔다. 같은 JB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도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북은행이 취급한 신용대출 가운데 74.6%가 금리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취급한 신용대출의 47.3%가 금리 9% 이상 대출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금융당국에 보고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 목표를 매년 맞춰야 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25.4%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많은 은행은 특히 금리 상승기에 연체율이 더 높아진다"며 "대출 실행 때부터 책정되는 금리가 높은 편인데, 계속 금리가 오르니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 은행이 지난해 가계대출 감소에 대응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렸다.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이 많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비교적 우량하지 않은 업체에도 대출을 해 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금융권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부동산PF 등 취약 익스포져 대상 특별충당금을 쌓았다. 증권 1120억원, 은행 160억원, 캐피탈 28억원 등 총 1308억원이다. 물류창고 등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일부 나오면서 단행한 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COVID-19)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로 인한 연체율 착시가 올해 사라진다"며 "올해는 리스크 관리를 누가 잘 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가계든 기업이든 혹시 모를 부실 발생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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