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이 빌딩 산다…따박따박 월세도 나누는 '토큰증권'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2.1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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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큰증권 시대 열린다②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STO) 허용 방침을 밝히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낮아 접근이 쉽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해져 투자자산이 다양화되고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한다는 차원에서 기대가 크다. 한편에선 투자상품으로 정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제도권 내 증권형토큰 발행을 허용키로 하면서 기존에 투자하기 어려웠던 부동산, 수익성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쪼개기 투자가 무한정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 제도화가 손질되면 그간 투자에 어려움을 겪던 일반투자자들이 유입돼 증권형토큰 시장이 꽃필 것으로 기대된다.



빚 없는 부동산,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에도 투자한다…ST가 대체 뭐길래
'증권형토큰'(ST, Security Token) 혹은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화한 증권을 말한다.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는 일반 주식의 기업공개(IPO)처럼 증권형토큰을 새로 발행·유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증권형토큰 취득에 대한 청약을 권유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형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각기 다른 그릇에 담긴 음식이란 비유를 들었다. 토큰증권은 본질인 '음식'(증권)이란 점은 변하지 않지만 디지털자산이란 '그릇'(발행형태)에 담겨 있다. 즉, 겉 포장지만 달라졌을 뿐 실체가 있는 자산 또는 수익사업을 기초로 삼는 증권이므로 '증권이 아닌' 디지털자산과 다르게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증권형토큰은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부동산, 미술품·골동품, 선박·비행기 등 유동화가 비교적 어려운 고가의 실물자산도 쪼개서 거래(조각투자)할 수 있다. 그로부터 소외돼 있던 일반투자자의 투자 기회도 덩달아 넓어진다.

가령, 부동산의 경우 대출 없이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TO는 부동산 소유자가 부채 없이 부동산 지분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며 "특히 현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과 경제적 여건으로 부동산에 투자가 어려운 MZ세대의 투자심리와 여건에 부합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프로젝트, 신작 게임 개발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프로젝트와 같은 무형자산도 조각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빚 없이 빌딩 산다…따박따박 월세도 나누는 '토큰증권'
현재 국내에선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소수 업체들이 조각투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 업계 1위 자리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차지하고 있다. 자회사 뮤직카우에셋이 창작자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사들이면 뮤직카우는 해당 음원 저작권을 1주 단위로 분할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투자자들은 뮤직카우 플랫폼 안에서 이를 매매하며 차익을 낼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해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이후 뮤직카우가 사업재편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제재를 면제받았다.

추후 ST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분야는 부동산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물 부동산뿐만 아니라 범주를 확장해 부동산 ABS(자산유동화증권), MBS(주택저당증권) STO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STO 시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단일 자산군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동시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자산이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간접상품 시장(리츠 및 부동산 펀드)과 유동화증권 중 ABS 시장 규모만 합산하더라도 270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관련 플랫폼으로는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업체 '카사코리아'(카사)를 비롯해 '루센트블록', '펀블' 등이 있다. 카사는 특정 부동산을 디지털수익증권(DABS)으로 분할해 거래소에서 상장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루센트블록은 자체 거래소 '소유'에서 부동산을 수익증권화해 임대수익과 매각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다. 펀블도 자사 플랫폼에서 부동산 수익증권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증권화토큰 관련 세부 사항이 이번 상반기 안에 확정되고 증권사를 비롯한 주체별 사업 준비가 마무리되면 일반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뒤부터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가 이뤄지며 증권사 등 각 주체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들이 토큰증권을 증권사 플랫폼을 통해 매매할 수 있는 것은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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