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 터닝 포인트 이해우, 이해우의 터닝 포인트 '카지노'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2.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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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카지노'의 필립(이해우)은 4회에서 얼굴을 비춘 뒤 5회에서 본격적인 서사가 그려진다. 김소정(손은서), 양정팔(이동휘)과의 삼각관계를 비롯해 차무식(최민식), 고 회장(이혜영) 등 다양한 인물과 서사를 쌓은 필립은 7회에서 강렬하게 퇴장한다. 총 9회까지 공개된 '카지노' 시즌1에서 4회라는 분량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필립은 탄탄대로 같던 차무식의 인생에 전환점을 주는 인물이다. 필립을 연기한 배우 이해우에게는 '카지노'가 자신의 터닝 포인트였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카지노'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고 역대 글로벌 OTT 한국 시리즈 중 IMDb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해우 역시 이 같은 인기를 실감했다.



"초등학교 동창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이 왔어요. 작품을 꽤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받은 건 처음이에요. SNS를 하지 않아 얼만큼 반응이 오고 있는지 와닿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운동할 때 '카지노 잘봤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필리핀 교포 출신 볼튼 호텔 카지노 에이전트 필립 역을 맡은 이해우는 실제로 카지노 에이전트를 만나 이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스스로 캐릭터를 위한 연구를 하며 필립을 완성해나갔다.



"실제로 현지 에이전트를 만날 기회가 있어 인터뷰도 하고 멀리서 그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분들을 보면 일반인들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되게 건조하고 눈빛 자체가 오싹해요. 굉장히 수직적인 관계로 알고 있는데 손님을 대할 때와 본인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눈빛도 확 변해요. 사실 필립이라는 캐릭터의 피부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대본에 필리핀 교포라고 나와 있어서 3개월 태닝을 하며 준비했는데 그래도 안 돼서 현지에서도 태닝을 계속했어요.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 메이크업으로 메웠어요. 또 누가 시킨 건 아닌데 대본을 보고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 PT를 끊어 몸도 만들었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극 중 필립은 정팔이 짝사랑하던 소정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필립과 소정은 고 회장이 카지노에서 딴 돈 90억 원을 들고 달아나기로 공모하는데 소정은 필립마저도 배신하고 혼자 한국으로 도주를 시도한다. 차무식은 소정의 도주에 필립도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필립은 모든 게 드러난 상황에서 차무식에게 돈을 돌려주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소정을 설득한다. 그러나 소정은 넘어가지 않고 두 사람은 차무식이 보낸 살인청부업자에게 총을 맞고 사망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도 죽이는 차무식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렇게 필립의 죽음은 차무식의 이면을 보이는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다소 이른 퇴장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해우가 연기한 필립이 임팩트를 남겼다는 뜻이다.


"'카지노'라는 작품이 차무식의 일대기를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극의 중심에는 차무식이 있어야 했고 필립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소정이 공조했다는 걸 차무식이 알게 된 후의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차무식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달라질 것 같았거든요. 특히 필립이 죽는 장면은 처음으로 차무식의 민낯이 드러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서 한 마디 한 마디에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제 첫 촬영이 죽는 장면이었어요. 첫 장면이 필립으로서 가장 큰 신이라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오히려 찍고 나니 마음이 편했어요. 그 이후 촬영장에서 '죽었는데 돌아다닌다'고 주변에서 장난을 치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퇴장한 것을 아쉬워해주시는 분들께는 너무 감사해요. 이런 관심 자체가 처음이라 얼떨떨하기도 해요. 캐릭터적으로는 일찍 퇴장한 게 아쉽지는 않아요. 다만 현장이 너무 행복했고 이런 선배님들과 또 언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 때문에 당시에는 더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해우는 필립을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세웠던 목표도 이뤘다. 반대로 '카지노'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강윤성 감독을 비롯한 많은 출연진들은 '손석구의 별명이 연구원이었다'고 말하며 작품에 임하는 그의 태도를 칭찬했다. 이해우는 역시 손석구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큰 목표는 좋은 배우분들 사이에서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또 비주얼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기존에 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카지노'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유튜브 '출장 십오야'의 댓글을 보니 '저 사람이 필립이야?'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원했던 바를 이룬 것 같아요. (석구 형에게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아직 부족한 배우라는 점을 많이 느꼈어요. 감독님과 둘이 이야기 할 때 '앞으로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이자 주인공 역할을 하려면 네가 나오는 신이 아닌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작업을 하는 게 석구 형이었어요. 이렇게 까지 집요하게 연구를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 대본을 보면 정말 너덜너덜해요. 좋은 자극을 받았고 나도 이런 부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사진=사람 엔터테인먼트
2007년 드라마 '이산'으로 데뷔한 이해우는 이후 드라마 '꽃보다 남자' '황금물고기' '장미빛 연인들' '우아한 모녀' 영화 '퍼펙트 게임'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배우 인생이 화려하지만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회사에도 다녀봤던 이해우는 결국 배우의 길로 돌아왔다. 그것도 더 단단해졌다. 이런 그에게 '카지노'는 터닝 포인트같은 작품이다. '카지노' 속 필립의 죽음이 차무식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쉬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없어요. 다만 10년간 활동하며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길이 제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자책이 들어서 연기를 쉬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도 했어요. 20대에 모든 걸 바쳤던 걸 버리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심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10년간 가져온 루틴이 있는데 연기를 멈춰도 루틴은 놓지 못했어요. 사실 중간에 드라마 하나를 하긴 했는데 완전히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게 3~4년이 지났는데 친한 제작자 형에게 10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드라마 '장미맨션'에 출연해달라고 해서 촬영했는데 그 형이 좋은 오디션 자리가 있다고 권하더라고요. 그게 '카지노'의 필립이에요. 그러다보니 '카지노'는 제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제가 연기를 쉬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배우로서 방향성을 못잡아서였어요. 그런데 '카지노'를 찍으면서 그 방향성을 잡은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번 내려놓고 나니 잃을 게 없는 자의 무서움도 생겼어요. 누구보다 끈기 있게 캐릭터를 파고들 자신이 있어요.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태예요. 또 예전보다 많이 단단해져서 웬만한 저항에는 데미지도 없어요"

터닝 포인트를 돌아선 이해우는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카지노' 시즌2에 대한 관심도 함께 당부했다.

"필립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3~4년 쉬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에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어요. '카지노' 시즌2는 엔딩 신이 가장 기대돼요.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에요. 연기적으로나 극적으로나 엔딩에 나오는 모든 배우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많이 알려졌듯이 시즌1은 시즌2의 포석같은 느낌이라 시즌2는 더 스피디하고 사건도 많아 훨씬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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