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치료비 '4억' 혈우병 환자, 건보적용 확대…JW중외 '신약' 수혜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2.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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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심평원 급여 확대 적정성 인정
올해 하반기부터 확대 전망… 급여 신청 후 3년 만의 쾌거

1년 치료비 '4억' 혈우병 환자, 건보적용 확대…JW중외 '신약' 수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가 곧 확대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A형 혈우병에서 90%를 차지하는 비항체 환자도 급여 혜택을 볼 수 있다. 2020년 급여 확대 신청 이후 약 3년 만이다. 헴리브라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 (30,550원 ▼250 -0.81%)이 판권을 갖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 이후 국내 헴리브라 매출이 최대 10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JW중외제약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9일 열린 제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A형 혈우병 비항체 환자에게도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의결했다. 이번 심평원 심의 결과에 따라 JW중외제약과 건강보험공단은 60일간 약가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확대 급여 기준을 고시하면(30일 소요) 비항체 환자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헴리브라는 JW중외제약의 A형 혈우병 치료제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약이다. JW중외제약이 2017년 국내 판권을 들여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2020년부터 판매했다.

혈우병은 혈액응고 인자가 없어 지혈이 이뤄지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A형 혈우병은 8번 응고인자가 없어 발생한다. 환자는 평생 약을 맞아야 하는데 기존 치료제는 정맥으로 주사하지만 헴리브라가 최초로 피하주사 방식으로 개발돼 편의성을 높였다. 약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인 반감기도 기존 치료제보다 길어 주 1회에서 최대 4주 1회만 투약받아도 된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인자에 내성을 가진 항체 환자와 비항체 환자로 나뉜다. '2019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환자 수는 약 1700명이다. 이 중 항체를 보유한 환자는 78명에 불과하며, 비항체 환자 수가 1589명으로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항체를 보유한 환자에게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기존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헴리브라 약가도 성인 기준으로 1년에 약 4억원이다. 소아 환자 치료에는 1년에 약 1억원이 든다. A형 혈우병의 10명 중 9명인 비항체 환자는 경제적 부담으로 헴리브라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번 심평원 결정으로 비항체 환자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의 길이 열렸다. JW중외제약은 2020년 7월 비항체 환자의 헴리브라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했다. 약가 관련해 제약사와 심평원의 이견으로 급여 확대 논의는 3년간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심평원이 국정감사 서면 질의 답변에서 헴리브라 급여 확대 안건을 2월 이후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진전됐다.
1년 치료비 '4억' 혈우병 환자, 건보적용 확대…JW중외 '신약' 수혜
비항체 환자에 대한 헴리브라 급여화는 미국과 일본에서 2018년에 적용됐다. 영국·독일·스위스·프랑스에서는 2019년, 이탈리아에서는 2020년에 급여화가 이뤄졌다. 헴리브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100여개 국가에서 승인받아 현재 1만명 이상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다. 로슈가 밝힌 지난해 헴리브라 글로벌 매출은 38억2300만스위스프랑(약 5조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헴리브라는 JW중외제약 매출 견인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헴리브라 국내 출시 첫해(2020년) 매출은 12억원이었다. 이듬해 4배 가까이 오른 44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헴리브라 매출은 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늘었다.

김형수 한화리서치 연구원은 "보험 급여가 확대되면 항체가 없는 A형 혈우병 환자 1589명으로 적용 범위가 20배 이상 커질 예정이다"며 "헴리브라는 지난해 매출에서 5~10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강하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헴리브라는 이미 국내 혈우병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통상 4~5개월 안에 보험 등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올해 3분기 내 보험 등재 여부가 확실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헴리브라는 투약 편의성과 우수한 약효로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제"라며 "비항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들이 건강보험 확대를 통해 조속히 의료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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