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물가안정'→'경기부양' 단계적 전환 시사 "적절히 조합"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02.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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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난방비 지원, 가스요금 올린 뒤 재정 지원은 조삼모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포럼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포럼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정책 초점을 기존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단계적 전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은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기둔화 방지를 위한 맞춤형 정책 조합을 찾고 이후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경기부양으로 정책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포럼 초청 행사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취하다 보니 경기둔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다"며 "물가안정 기조는 확고히 하되 서서히 경기문제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점점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거시정책은 물가안정과 경기둔화를 방지하는 정책 조합을 유연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물가 상방압력이 크기 때문에 (물가안정) 기조를 흐트려선 안 되고 (물가안정과 경기둔화 방지 정책을) 적절히 조합해가면서 물가안정이 되면 정책을 경기부양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라는 복합위기 속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7%, 1.8%로 제시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기존 2%에서 1.7%로 내려 잡았다. 정부는 이보다 낮은 1.6%를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13년 동안 코로나19(COVID-19) 사태 첫 해인 2020년 뿐이었다.



추 부총리는 "한정된 국가재정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해 하반기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물가도 잡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5%대인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중 4%대로 내려오고 하반기에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으로는 3.5%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관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10.[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관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10.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선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추 부총리는 "지난 5년간 실거래가 기준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고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5% 안팎의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조정은 조금 더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느 정도, 언제까지 (조정이) 일어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에 대해선 "큰틀에선 개별사업장에서 부실이 일어나고 수습을 하는 건 결국 업체와 업계 스스로 자구노력으로 대응해야지 정부가 하나하나 받아주고 자금을 투입해 지탱해 줄 수는 없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파티를 했으면 그 이후 수습하는 과정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시장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면서 정상적인 사업장인데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경우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희들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난방비 지원 문제와 관련해선 "가스요금을 올리고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조삼모사'라고 본다"며 "취약계층 난방지 지원 방식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현재 관계기관 등과 계속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이어 "다년 간에 걸쳐 서서히 요금을 조정해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진폭과 시기를 조합해야 한다"며 "(여기에) 가스공사의 적자를 서서히 개선하는 조합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일정부분 공공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감당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은 거듭 일축했다. 추 부총리는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킨 게 작년 12월인데 1월부터 추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라며 "과거에는 1월과 2월, 3월에 추경 이야기를 꺼내면 부끄러워 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의 추경은) 재정의 기본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화폐와 서울지하철 무임승차 지원 등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요청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세수전망이 400조원 되는데 상당 부분은 지방으로 간다"며 "지방에서 (해당 재원으로) 우선 순위를 갖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이미 빚더미에 빠져 있어 외형적 지표는 지방이 (중앙보다) 훨씬 더 좋다"며 "왜 (지방사업 재원이) 부족한 것을 전부 중앙에 돈을 달라고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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