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진은 대비 못해"…분노만 키운 튀르키예 대통령 발언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3.02.09 17:58
글자크기

정부 늑장대응에 불만여론 확산하자 항변
"지진 피해지역 방문해 무개념 발언" 지적

"이런 지진은 대비 못해"…분노만 키운 튀르키예 대통령 발언


튀르키예(터키)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하는 등 인명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런 재해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이에 대해 항변한 것인데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CNN·BBC 등에 따르면 이날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를 찾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잘 통제되고 있다"며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큰 재난을 완벽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어떤 시민도 방치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정부의 피해지역 구조 등 대응이 부실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허위 비방하고 있다"며 "지금은 단합과 연대가 필요한 시기인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네거티브(부정적인) 공세를 펴는 이들을 묵인할 수 없다" 강조했다.

이 발언은 튀르키예에서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CNN은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악화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의 좌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심지어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방문한 하타이는 지진 피해를 입은 곳 중에서도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4일(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AFP=뉴스14일(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AFP=뉴스1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 초기 여당 지자체장에게만 전화를 걸어 대응을 약속했고 야당 지자체장에 대해선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은 지진 발생 12시간이 지나도록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1999년 도입한 지진세 유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튀르키예 정부가 여론 단속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지진 발생 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자 튀르키예 내에서 트위터와 틱톡 접속이 차단된 바 있다.

[카흐라만마라스=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지역인 카흐라만마라스를 방문해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망자 숫자가 1만2천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추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3.02.09.[카흐라만마라스=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지진 피해 지역인 카흐라만마라스를 방문해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망자 숫자가 1만2천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추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23.02.09.
튀르키예 당국은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제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과거에도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SNS를 통제했었다. 튀르키예 출신의 SNS 전문가인 제이넵 투펙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튀르키예에서 트위터가 통제되고 있다는 다양한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이 당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 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위터가 현재 튀르키예에서 구조를 위한 중요한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업체인 넷블록의 알프 토커는 "현재 트위터는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구조대원과 실종된 사람을 찾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