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억울한 누명 막아주는 '보디캠'…30만원 들여 사비로 산다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정세진 기자 2023.0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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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부터 6년간 경찰이 시범운영한 보디캠. 해당 보디캠은 2021년 8월까지 운용된 후 현재 전량 폐기됐다. /사진=뉴스12015년 11월부터 6년간 경찰이 시범운영한 보디캠. 해당 보디캠은 2021년 8월까지 운용된 후 현재 전량 폐기됐다. /사진=뉴스1


#. 서울 한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관 A씨는 3개월 전 곤란한 일을 겪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던 30대 남성이 자신을 밀쳤다며 현장에서 A씨를 고소하겠다고 소리친 것이다. A씨는 남성을 밀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 난처했다. 다행히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누명을 벗었다. 이 일로 A씨는 보디캠을 구매해 사용 중이다.

몸에 부착해 현장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인 보디캠 사용을 두고 경찰 내부가 시끄럽다. 억울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경찰관들은 보디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디캠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아직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경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디캠은 모두 개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보디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찰을 상대로 한 폭언 및 폭행을 예방하고 현장 증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다.



3개월 전 곤란한 일을 겪었던 A씨는 "지급받은 보디캠이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개인적으로 카메라를 구매했다"며 "가격은 10만원에서 4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는데 성능을 고려해 고가인 30만원대 보디캠을 샀다"고 말했다.

가격이 부담돼 스마트폰으로 보디캠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B씨는 "시중 보디캠 비용이 만만치 않아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대체하고 있다"며 "출동하는 순찰차 안에서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누르고 왼쪽 투명한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어 현장을 촬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디캠은 출동했을 때 꼭 필요한 장비 중 하나"라며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보디캠을 도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의 보디캠 도입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청은 경찰을 향한 폭행 등을 예방하고 공권력 남용을 방지할 목적으로 '웨어러블 폴리스캠'이라 불리는 보디캠 100대를 2015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6년간 시범 운용했다.


시범 운용 기간 동안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당시 경찰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 보디캠을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73%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찰은 법적 근거 미비와 내용연수(사용에 감당할 수 있는 기간) 도달을 이유로 시범운용을 중단하고 사용하던 보디캠을 전량 폐기처분했다.

경찰청은 보디캠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령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 보디캠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보디캠 촬영으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를 덜 수 있는 법령과 세부 운영지침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경찰의 이동용 영상기기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도입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22년 5월 발의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보디캠 사용 요건이나 촬영 기록 저장·관리 기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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