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 랠리…"주주환원 확대" 공언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오상헌 기자 2023.02.10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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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 랠리…"주주환원 확대" 공언


4대 금융지주, 지방금융지주 등 금융사 대부분이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증시 변동성 심화로 비이자이익이 줄었지만 금리상승기 이자이익이 크게 불어난 결과다. 금융권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금융권, 이자이익 타고 날았다…은행, '맏형' 역할 톡톡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5조848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순이익(14조5429억원)과 비교해 8.98% 증가했다. 우리금융이 '연 순익 3조원 클럽'에 입성하는 등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리딩금융 타이틀은 지난해 순익 4조6423억원을 낸 신한금융이 가져 갔다.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4대 금융은 이자이익으로만 39조6739억원을 벌어 들였다. 전년 대비 20.04% 늘어났다. 개별 금융사의 전년 대비 이자이익 증가 폭은 △우리 24.5% △하나 19.9% △KB 18.9% △신한 17.9% 등이다.



기준금리가 지난 한 해 2.25%포인트(p)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커졌다. 각 그룹의 지난해 4분기 기준 NIM은 △KB 1.99% △신한 1.98% △하나 1.96% △우리 1.92%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NIM 상승 폭은 △하나 0.25%p △우리 0.25%p △신한 0.15%p △KB 0.14%p 등이다.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기업대출이 증가해 총 대출자산이 증가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3.8% 늘었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이 전년 대비 11.2% 증가했고, 국민은행은 9.4%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7.6%, 하나은행은 14.6% 기업대출이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증시 변동성 심화 영향으로 줄었다. 신한금융은 비이자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30.4% 줄었고, KB금융은 26.1%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20.2% 감소했고, 우리금융은 15.4% 줄었다. 공통적으로 유가증권 운용 관련 이익이 크게 줄었다.


지방금융지주도 이자이익 확대로 인해 호실적을 냈다. BNK·DGB·J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조81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5% 증가했다. DGB금융만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모두 늘었다. 증가 폭은 △BNK 13.7% △DGB 14.3% △JB 19.8%다. 그룹 NIM은 지난해 4분기 기준 △BNK 2.13% △DGB 2.36% △JB 3.31% 등이다.

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 랠리…"주주환원 확대" 공언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 공언한 금융지주들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적극적인 주주배당 등을 약속했다.

KB금융은 2022회계연도 현금배당성향을 26%로 결정하고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총 주주환원율은 33%로 전년 대비 7%p 높아졌다. 신한금융은 기말 배당금을 2065원(분기배당 865원 포함)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2.8%다. 또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2022회계연도 배당금을 1130원(중간배당 150원 포함)으로 정했다. 배당성향은 26% 수준이다. 2분기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나선다. 하나금융은 2022회계연도 기말 배당금을 2550원으로 결의했다. 총 현금배당은 3350원(중간배당 800원 포함)으로 결정한다. 배당성향은 27%다. 올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실시한다.

금융지주들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주주환원 로드맵도 공개했다. 하나금융은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설정했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13~13.5% 구간이면 직전 년도 대비 증가한 CET1 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 환원한다. CET1 비율이 13.5%를 넘으면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키로 했다.

KB금융은 △목표 CET1 비율 13% 수준 관리 △목표 CET1 초과분 적극 주주환원 △안정적인 현금배당,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 자본관리계획을 밝혔다. 신한금융은 주주현금배당을 매년 유지하거나 확대한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고, 분기배당을 균등화·정례화한다. CET1 비율을 12%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30%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CET1 비율을 12%로 개선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실시한다. 총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유지할 방침이다. 설립 이후 최초로 분기배당도 실시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2·4분기부터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14개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14개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당국은 배당 자제 압박…주주환원 점진적으로 확대 예상
다만 주주환원 확대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들을 향해 배당 자제를 권고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주주환원 움직임은 필요하지만 은행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 위험가중자산 비중 조정 등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을 늘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추면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을 골자로 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행이 목표다. 앞으로 정부가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대손준비금이 늘면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정책이 점진적으로 장기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은 올해 금융시장 우려에 대한 대비와 주주 외에 다른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으로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4분기 대규모 로 충당금을 쌓았고 사회환원도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주주환원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외국인, 기관 등이 금융사에 투자하는 이유는 배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주환원과 사회환원은 양립 가능하다"며 "사회안전망 역할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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