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부진 '오아시스'.."공모가 낮춰 상장 강행할 듯"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임찬영 기자 2023.02.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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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 모습/사진제공= 오아시스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 모습/사진제공= 오아시스


e커머스 업체 오아시스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가 그동안 꾸준히 '상장 후 성장'을 강조해 온 데다 대주주 지분이 높아 재무적투자자(FI)의 입김이 세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이 e커머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오아시스의 향후 경영 전략에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9일 증권업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된 오아시스 상장 수요예측 결과, 대부분 주문이 공모가 희망밴드(3만500원~3만9500원)를 밑도는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는 2만원 중반대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아시스는 조달 자금으로 물류센터 등 시설 투자에 725억원, M&A(인수·합병)에 369억원 사용할 예정이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공모가는 공시 사항이라 현재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는 부진한 수요예측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가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단기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며 "상장사는 주주에게 사랑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장 후 주가가) 우상향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주주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상장 가능성을 높인다. 오아시스는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 지분이 55.17%로 과반을 넘는다. 투자자 지분이 높아 공모가를 마음대로 낮출 수 없었던 컬리와 상황이 다르다. 만약 오아시스의 공모가가 2만5000원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시가총액은 8000억원 수준이 된다.



오아시스 기업가치를 8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투자한 회사는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2021년 1월, 각각 50억원)과 홈앤쇼핑(2022년 2월, 100억원), 이랜드(2022년 6월, 330억원) 등이다. 모두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봤다. 다만 이랜드리테일은 오아시스와 손잡고 온라인몰 '킴스오아시스'를 운영하는 등 사업적 협력을 위해 투자해 단기적인 기업가치인 공모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홈앤쇼핑은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홀로 목소리를 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오아시스가 비상장으로 머무른다면 투자자들의 장부에서도 손실 처리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미 시장에서 e커머스에 대한 거품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장부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오아시스는 대주주 구주매출도 예정된 상황이라 상장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도 "기존 투자자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오아시스는 흑자 기업이기 때문에 일단 상장한 뒤 시장 분위기를 지켜볼 것"이라며 상장에 무게를 뒀다.

다만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오아시스의 기업가치와 사업 확장 계획에 시장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오아시스는 현재 회원 수 약 130만명을 연내 300만명, 장기적으로 1000만명까지 넓힐 계획이다. 상장 후에도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고객을 넓힌다. 오아시스는 서울, 경기, 인천에 53개 매장 운영 중이며 지방 매장은 1곳뿐이다. 안 대표는 "2025년까지 서울·경기권 확장이 1차적인 목표이고 지방은 플러스 알파"라며 "소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해 흑자를 낸 경험을 지방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배달 지역이나 판매 품목은 기존 유통사 대비 확연히 적은 상황"이라며 "대형사들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운영하던 버티컬플랫폼이 전국으로 판을 키울 수 있을지, 그 이후에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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