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닮은 NFT 팔아도 돼? '메타 버킨' 지적재산권 소송 졌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2.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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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에르메스가 '메타 버킨' NFT(대체불가능 토큰)를 둘러싼 지적재산권(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이겼다. NFT가 지적재산권이란 법의 잣대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보여준 첫 번째 판례다. 패션업계에선 에르메스 외에 나이키 등도 NFT 관련 상표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어 추후 디지털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메타버킨 홈페이지의 이미지메타버킨 홈페이지의 이미지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뉴욕 배심원단은 에르메스의 버킨 핸드백을 디지털로 묘사해 NFT를 판매한 예술가 메이슨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에 13만3000달러(1억68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로스차일드의 변호인 측은 메타 버킨 NFT가 가죽제품 생산과 관련된 동물 학대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수정 헌법 제1조에 따른 예술적 표현의 권리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캠벨의 수프캔과 코카콜라 병을 의식적으로 묘사한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의 작품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메스 변호인 측은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의 지적 재산을 훔쳐 제품 라인을 만들고 판매했다고 비난했다. 에르메스 고객들이 로스차일드의 메타 버킨 NFT를 에르메스 정품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고 웹사이트 URL조차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에르메스도 NFT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메타 버킨이 잠재가치를 손상시켰다는 주장이다.

로스차일드는 지난 2021년 디지털 미술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털로 덮인 솜털 같은 버킨 백 100개가 들어 있었다. 로스차일드는 처음에 NFT를 개당 약 450달러에 팔았으나, 추후 재판매 가치는 수만 달러(수천만원)로 치솟았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로스차일드가 이더리움 토큰 약 55.2개(약 1억1000만원 상당)를 벌었다고 증언했다.

버킨 백의 실제 가격은 1만2000달러에서 20만 달러. 에르메스는 지난 1월 일부 언론이 메타버킨을 에르메스가 승인한 프로젝트로 잘못 파악한 것을 보고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단은 이틀 간의 심의 끝에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로스차일드의 변호사인 조나단 해리스는 이번 결정이 "명품 브랜드에게는 좋은 날"이며 "예술가들에게는 나쁜 날"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 측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조계뿐 아니라 나이키, 구찌, 발렌시아 등 패션·명품업계 거물들도 에르메스의 지적재산권 소송 결과에 주목해왔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의 홍보 잠재력을 실험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적재산권 침해와 브랜드 이미지 손실 위험을 우려했던 것.

파리 에버셰즈 서덜랜드의 파트너인 가에탄 코디에는 "구체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은 물론 물리적 세계에서 적용되는 지적재산권 표준이 NFT에 적용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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