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리자 주가 천정부지 오른 여행유튜버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2.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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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튜브 빠니보틀 원지의 하루 채코제 예능 접수 시작

곽튜브(왼쪽)과 빠니보틀, 사진제공=샌드박스네트워크곽튜브(왼쪽)과 빠니보틀, 사진제공=샌드박스네트워크


최근 공개된 여행 전문 유튜버 ‘빠니보틀’(본명 박재한)의 채널 영상의 한 장면. 빠니보틀은 2023년 새해를 맞아 평소 친분이 있던 방송인 노홍철 그리고 또 다른 여행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와 함께 베트남 여행에 나섰다. 여행 막바지 베트남 호치민 외곽으로 나가는 오토바이 투어를 진행하던 이들의 카메라에 노홍철의 사고장면이 촬영됐다.

상황은 심각했다. 스쿠터 종류라고는 하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심하게 부대낀 노홍철의 주변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다급한 빠니보틀이 지혈을 하고,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주변에 호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결국 노홍철은 호치민의 한 병원에 옮겨졌고 치료를 받았다.



훗날 노홍철은 이런 말을 했다. “비록 그것이 사망에 이르는 사고라도 꼭 촬영해 달라. 보통 여행 프로그램에는 예쁜 그림만 나오지 않느냐”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 한 마디였지만, 노홍철의 말은 지금 여행 유튜버들이 TV에서 조금씩 활동영역을 넓혀나가는 이유의 하나를 꿰뚫는 촌철살인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대세 플랫폼인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TV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행 유튜버들의 모습을 반드시 확인할 수 있다. 노홍철과 여행을 함께 했던 빠니보틀은 지난달 막을 내린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방송인 기안84, 배우 이시언과 함께 남미를 돌았다. 곽튜브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또 다른 여행 유튜버 ‘원지의 하루’(본명 이원지)와 함께 나섰다. MBC ‘라디오스타’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유호진PD가 연출하는 tvN 예능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에 배우 허성태, 이시언, 안보현 등과 함께 한다.

채코재(위) 원지의 하루. 사진출처=SNS채코재(위) 원지의 하루. 사진출처=SNS
이들의 대세활약이 집대성되는 ‘판’은 김태호PD에 의해 깔린다. 이들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고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김태호PD는 다음 달 초 ENA의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에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하루를 출연시킨다. 이들은 실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할 수 있는 주사위 던지기로 행선지를 정해 영상 조회수에 따라 1등은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 이외에도 여행 유튜버 ‘채코제’(본명 박재일)이 지난해 MBC에서 방송된 예능 ‘피의 게임’에 출연하는 등 여행 유튜버들의 주가는 나날이 높아진다.


이들의 재능은 각자가 하나의 방송국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므로 가성비가 가장 높다. 이들은 한 명의 출연자이면서 기획자이고 연출자이자 촬영자이다. 보통 하나의 해외 로케이션 예능을 찍기 위해 적어도 10명의 스태프가 필요한 기존 방송문법으로 따지면 최고의 효율을 자랑할 수 있다.

게다가 여행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소재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던 한국인들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수준으로 해외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현지의 모습을 가장 가감 없이 전하는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은 ‘필수 시청 코스’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여행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빠니보틀은 이집트에서 계속 자신을 따라오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에게 미친 척을 했으며, 곽튜브는 일본에서 기차를 잘 못 타 애를 먹는다. 원지의 하루 역시 페루를 찾았다 15시간이 넘는 긴 버스여행으로 녹초가 되고, 채코제는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쓰레기 무덤이 있는 수도 다카의 이면을 보인다.

빠니보틀이 출연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사진제공=MBC빠니보틀이 출연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사진제공=MBC
이러한 모습은 노홍철의 말마따나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다. 미리 연출자와 작가들이 답사를 갔다 왔고, 현지의 코디네이터를 통해 촬영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 연예인들이 가서 사전에 약속된 리액션과 연출된 상황을 보여주는 여행 예능의 작법에 대중이 지친 것이다. 대중은 조금 더 ‘날 것’의 여행을 원하며 여행 안에 들어있는 희로애락의 진짜 감정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장 이입이 잘 되는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이 기존 여행 예능의 대체제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세 여행 유튜버들에게는 입담과 확실한 캐릭터 그리고 강인한 체력 등이 있다. 이 역시 전통적으로 방송이 원하는 인재상에 가깝다. TV가 여행 유튜버들에게 접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중의 호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사실 왓챠에서 공개됐던 웹드라마 ‘좋좋소’의 연출자이기도 했던 빠니보틀은 원래 연기가 꿈이었던 곽튜브와 함께 또 다른 드라마 ‘인간 곽준빈(가제)’을 연출한다. 여행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은 인지도와 인기로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거침없이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여행 유튜버들Q의 ‘예능 습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갈수록 진짜를 원하는 대중의 취향은 이들은 더욱 많이 그리고 자주 TV로 불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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