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날 노홍철은 이런 말을 했다. “비록 그것이 사망에 이르는 사고라도 꼭 촬영해 달라. 보통 여행 프로그램에는 예쁜 그림만 나오지 않느냐”라고.
최근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행 유튜버들의 모습을 반드시 확인할 수 있다. 노홍철과 여행을 함께 했던 빠니보틀은 지난달 막을 내린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방송인 기안84, 배우 이시언과 함께 남미를 돌았다. 곽튜브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또 다른 여행 유튜버 ‘원지의 하루’(본명 이원지)와 함께 나섰다. MBC ‘라디오스타’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유호진PD가 연출하는 tvN 예능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에 배우 허성태, 이시언, 안보현 등과 함께 한다.

이들의 대세활약이 집대성되는 ‘판’은 김태호PD에 의해 깔린다. 이들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고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김태호PD는 다음 달 초 ENA의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에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하루를 출연시킨다. 이들은 실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할 수 있는 주사위 던지기로 행선지를 정해 영상 조회수에 따라 1등은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 이외에도 여행 유튜버 ‘채코제’(본명 박재일)이 지난해 MBC에서 방송된 예능 ‘피의 게임’에 출연하는 등 여행 유튜버들의 주가는 나날이 높아진다.
이들의 재능은 각자가 하나의 방송국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므로 가성비가 가장 높다. 이들은 한 명의 출연자이면서 기획자이고 연출자이자 촬영자이다. 보통 하나의 해외 로케이션 예능을 찍기 위해 적어도 10명의 스태프가 필요한 기존 방송문법으로 따지면 최고의 효율을 자랑할 수 있다.
게다가 여행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소재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던 한국인들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수준으로 해외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현지의 모습을 가장 가감 없이 전하는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은 ‘필수 시청 코스’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여행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빠니보틀은 이집트에서 계속 자신을 따라오며 호객행위를 하는 이에게 미친 척을 했으며, 곽튜브는 일본에서 기차를 잘 못 타 애를 먹는다. 원지의 하루 역시 페루를 찾았다 15시간이 넘는 긴 버스여행으로 녹초가 되고, 채코제는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쓰레기 무덤이 있는 수도 다카의 이면을 보인다.

더구나 대세 여행 유튜버들에게는 입담과 확실한 캐릭터 그리고 강인한 체력 등이 있다. 이 역시 전통적으로 방송이 원하는 인재상에 가깝다. TV가 여행 유튜버들에게 접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중의 호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사실 왓챠에서 공개됐던 웹드라마 ‘좋좋소’의 연출자이기도 했던 빠니보틀은 원래 연기가 꿈이었던 곽튜브와 함께 또 다른 드라마 ‘인간 곽준빈(가제)’을 연출한다. 여행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은 인지도와 인기로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거침없이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여행 유튜버들Q의 ‘예능 습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갈수록 진짜를 원하는 대중의 취향은 이들은 더욱 많이 그리고 자주 TV로 불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