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후임사장 인선 난항…'내정설'에 노조 반발까지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2.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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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캠프 출신 이순호 금융연구원 실장 '내정설'에 목소리 높이는 노조

예탁결제원 여의도 사옥.예탁결제원 여의도 사옥.


한국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인선이 시끄럽다. 후임 사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예탁결제원은 3년 전 이명호 전임 사장 취임 때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예탁원 사장 공모에 11명 지원… 심사 전부터 '이순호 내정설'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 /사진=금융연구원.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 /사진=금융연구원.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공모 지원자들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임추위가 지난달 30일 사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 11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후보자 면접 절차를 밟기도 전에 이순호 실장 내정설이 보도되면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실장의 자진 지원 철회와 현행 절차 중단 및 재공모 실시를 요구했다. 노조는 "은행법 전문가로 알려진 이 실장은 예탁원의 주업무인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하고, 행정경험은 물론 조직에서 인사·예산 등 지휘감독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임추위가 내정설을 불식하고 신뢰 회복은 물론 예탁원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현재까지 진행 중인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새롭게 재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현행대로 진행한다면 수천만원의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며 허수아비 역할만 했다는 부끄럽고 얼룩진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비상임 자문위원을 지냈다. 금융위 규제입증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정책연구심의위원, 산업조직학회 감사 등 직책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실장이 김소영 부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라는 점을 근거로 사장 선임이 확정적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3년 전에도 '낙하산' 논란… '정치인·금융위' 출신 원하는 직원들
예탁원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3년 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이명호 사장이 공모를 거쳐 선임됐으나 노조가 출근 저지 시위까지 벌였다. 이 사장은 행정고시 33회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 자본시장조사심의관 등을 지냈다. 유재훈 전 사장(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병래 전 사장(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에 이어 이 사장까지 금융위 고위 관료 출신이 3연속으로 예탁원 사장을 맡았다.

차기 사장은 지난해 초 예탁원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처음으로 취임하는 사례다. 당초 이번에도 금융위 고위 관료 출신의 사장 취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공모 지원자 11명 중 금융위 출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위 내부에서 일종의 교통정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오히려 예탁원 직원들은 정치인이나 금융위 출신 사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지난달 30일 직원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사장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이 정치인 또는 금융위 관료 출신 사장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3년 전 이 사장을 향해 관치 인사라고 비판한 것과 정반대 여론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임추위가 심사 결과에 따라 최총 후보자를 이달 말 열리는 주총에서 추천한다"며 "주총 승인이 이뤄지면 금융위 승인을 거쳐 선임이 확정된다. 공공기관 해제에 따른 사장 선임 절차상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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